[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영국 은행독립위원회(ICB)가 11일 금융권 개혁안의 윤곽을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당초 예상됐던 강력한 조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관계자를 인용해 ICB의 중간보고서가 주요 은행들에 대해 자본 확충과 예금자보호 조치 강화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을 것이며 이에 따라 은행들이 가혹한 구조조정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바클레이즈, HSBC,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 주요 대형은행들은 ICB가 투자은행·소매금융 부문의 분리와 금융권 지분보유 제한 등 전격적인 대수술을 권고할 것을 우려해 왔다. 그러나 관계자는 ICB가 금융위기 재발시 중소기업 대출시스템과 개인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한 ‘링-펜스’를 도입하는 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지난 세계금융위기 당시 주요 은행들이 투자은행부문 부실화로 자금흐름이 경색됐던 전례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은행권은 금융권 구조조정 조치에 최대 50억 파운드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해 왔으나 예금자보호 강화 수준으로 조치가 완화될 경우 은행권의 부담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세전수익의 80% 가까이를 투자은행 부문에서 내는 바클레이즈의 경우 투자은행 분리의 타격은 크다.
ICB는 2010년 출범한 독립기구로 영국은행(BOE) 수석이코노미스트와 공정거래청장을 역임한 존 빅커스 경이 이끌고 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ICB를 통해 영국 대형은행들의 투자은행 부문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왔다. ICB는 오는 9월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나 권고안을 어느 정도까지 시행할 지는 정부에 달려 있다. 로이터통신은 영국 은행들이 개혁안의 강도를 낮추기 위해 이미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페터 한 런던 카스경영대학원(CBS)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은 나라 크기에 비해 과도하게 큰 금융시스템을 갖고 있다”면서 “국민 경제가 지탱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조사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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