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펀드환매, 서민은 빚 때문에..부자는 투자이동

시계아이콘01분 38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가계빚 증가·가격부담·ELS 등 대안투자 부상.."당분간 지속"

[아시아경제 박지성 기자]서울 가양동에 사는 최덕환(33)씨는 최근 주택 구입을 목적으로 5년 가까이 투자해왔던 펀드를 전세금 때문에 환매했다. 원금 1740만원에 누적 수익률이 64%라 30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이다. 최씨는 "2년 전에 인상 없이 재계약했는데 4년 사이 전셋값이 5000만원가량 뛰었다"며 "전세를 얻은 당시 대출금도 아직 남아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환매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내주식형 펀드의 환매가 심상치 않다. 최근의 환매는 단순히 원금회복이나 차익실현의 차원을 넘어 양극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증시가 본격적으로 상승세에 돌입한 지난달 중순 이후 시작된 환매 행진은 이달 들어 단 4거래일 만에 1조원 가까운 자금이 빠지며 가속도가 붙었다.

가격 부담이 투자심리의 발목을 잡으며 지수 상승이 환매로 이어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일차 원인이다. 특정 펀드가 아니라 각 운용사의 대표 펀드에서 자금이 고르게 빠져나가며 유출 폭을 키우고 있어 지수 부담이 시장 전반에 퍼지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디스커버리증권투자신탁'이나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네비게이터증권투자신탁' 등 대형사의 대표 펀드가 자금이탈 주요 펀드에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이들 펀드에서 각각 95억원, 54억원이 빠져나갔다.

또 다른 이유는 투자자의 투자 여력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물가와 전세가 등은 치솟고 있는데 부채가 오히려 늘어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795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말에 비해 25조3000억원 늘었다. 지난 3년간 가계부채 증가율은 26.1%로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10% 수준을 크게 웃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150%에 육박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113%)를 크게 넘어서는 상황이다.


서민의 환매가 빚과의 싸움이라면 자산가의 환매는 대안투자 수단으로의 이동이다. 이들의 이동은 기존 투자 자산은 물론 전셋값 등 일반투자자의 자산으로부터 유입된 자금의 방향까지 바꾼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주식펀드 환매 자금의 25% 이상을 흡수한 자문형 랩은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인 데다 해외 헤지펀드로의 재간접 투자 수요도 늘고 있다. 김홍배 삼성증권SNI코엑스인터콘티넬탈지점장은 "지난해와 같이 큰 폭은 아니지만 자문형 랩 투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헤지펀드 등 대안 상품도 투자자들이 눈여겨보는 부분"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주가연계증권(ELS)으로의 이동도 펀드 자금 유입의 장애물이다. 증시에 대한 가격 부담을 금융공학 상품을 통해 해소하려는 움직임이다.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2조원에 불과하던 발행 금액은 올 1월 3조원을 넘어선 뒤 2월 2조7284억원을 기록하는 등 급증하는 추세다.


안예희 현대증권 개포지점 WM팀장은 "가격 부담을 느끼는 고객의 ELS 이동이 늘고 있다"며 "주가 움직임이 제한적이어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데다 지난해 조기상환이 많이 이뤄지면서 소문이 좋게 돌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은 당분간 펀드 시장을 압박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주식펀드의 환매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종철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코스피지수가 안정적 흐름을 보인다면 환매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지수 부담을 해결할 만한 모멘텀은 찾기 힘든 데 비해 부채부담 등 외부요인까지 투자자를 압박하고 있어 투자를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환매가 늘면 주식 매수도 적극적으로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며 "환매 움직임이 운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eon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