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타이어 가격이 또 오른다. 불과 3~4개월 만이다.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의 전방위 가격 인하 압박에도 불구하고 천연고무 등 원자재 값 급등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견디지 못해서다.
31일 타이어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는 다음 달부터 국내 판매 가격을 인상키로 확정했다.
평균적으로 한국타이어(4~8%), 금호타이어(5~7%), 넥센타이어(6~8%) 등 인상 폭을 결정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 걸쳐 내수 가격을 올린 데 이어 3~4개월 만에 또 다시 인상키로 한 것이다.
가장 큰 요인은 원자재와 유가다. 타이어 주재료로 쓰이는 천연고무와 합성고무 값이 유가 급등과 맞물려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선물시장(SICOM)에서 거래되는 천연고무 가격은 지난 25일 기준 t당 565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월17일 6480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이래 단기 조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5000달러 중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달 평균 가격은 5382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340달러)에 비해 40%가량 올랐다.
합성고무 가격도 '고공비행' 중이다. 합성고무를 만드는 원재료 부타디엔은 지난 2009년 연평균 t당 1018달러에서 올 들어 2500달러 위로 치솟았다.
타이어가 정부의 물가 관리 집중 품목으로 지정된 탓에 인상 시기를 놓고 '눈치 보기'를 거듭했지만 마진 확보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업계 얘기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수출 가격은 내수에 비해 탄력적으로 운영되는데 사실 국내는 물가 압박 탓에 원자재 값 상승분을 제 때 반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도 "글로벌 타이어 기업들이 원가 압박에 못 이겨 일제히 값을 올리고 있다"면서 "내수 가격은 여전히 원재료 값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원자재 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을 것이란 데 있다. 하반기 추가적인 내수 가격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도 높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중국 등 전 세계적으로 고무 수요가 넘치는 반면 공급은 원활하지 않아 하반기에도 원자재 급등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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