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지진 13일째… 국내에선 ‘건축물 점검·대피훈련 1회’가 끝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지 13일이 지났다. 사상자 수는 갈수록 늘어가고 피해규모는 추산조차 불가능하다. 방사능 누출 위험으로 실종자 수색과 피해수습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각국 구조대들의 철수로 2,3차 피해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반면 지난 13일간 우리나라에서는 국내 건축물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다. 이 결과 국내 전체 건축물 680만여개 가운데 내진설계가 적용된 곳은 단 16만여개(16%)에 불과하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건물 10곳 가운데 8곳 이상이 지진에 무방비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일본 지진 발생 이후 대책마련에 대한 정부의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소방방재청이 동해안 일대에서 지진·해일 대피훈련을 진행하고 서울시가 새로 짓는 모든 건축물에 내진 설계를 의무화하겠다고 나선 것이 전부다. 게다가 동해안 지역에서 실시된 대피훈련은 실시 하루 전날 북한 공습 대비훈련을 변경한 것에 불과했다.
16일 발표될 예정이었던 ‘국내 지진방재대책’도 무기한 미뤄졌다. 소방방재청의 행정처리 미숙으로 발표를 몇 시간 앞두고 취소됐다. 해당 내용을 국회와 국무회의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지난 2005년 7월 내진설계 대상을 기존 ‘6층(아파트 5층 이상), 1만㎡ 이상 건축물’에서 ‘3층 이상, 연면적 1000㎡이상 건축물’로 확대한 내용이 수년째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국민들의 대피훈련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실시되는 전국단위 지진대비 훈련은 5월에 실시되는 ‘안전한국훈련’이 유일하다. 특히 3일간 진행되는 이 훈련은 풍수해, 지진, 인적재난 대피훈련으로 나눠져 있어 사실상 지진과 관련된 대피훈련은 단 하루에 불과하다.
비상사태시 원활한 소통을 통해 구조활동을 추진해야할 구조기관과 지원기관간의 협력체계도 미흡하다. 긴급구조기관인 소방방재청과 소방서 그리고 지원기관인 각 부처와 군·경 그리고 병원들에 대한 협력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언급된 ‘저층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 의무화’ 추진이 눈에 띈다. 서울시에 따르면 내년부터 모든 건물로 내진설계 의무대상이 확대된다. 또한 그동안 내진설계 의무대상에서 제외됐던 1~2층짜리 건물의 건축기준도 한층 강화될 예정이다. 하지만 서울 시내 건물 65만8000여개 가운데 내진성능을 갖춘 건물은 고작 5만7000여개(8.7%)에 불과해 신속한 지진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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