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지난 23년간 국회에서 표류해 온 '의료분쟁조정법'의 국회 통과가 임박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안'을 상정해 처리했다. 법안은 11일 국회 본회의 의결만을 남겨놓고 있다.
법안의 핵심은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특례를 인정하고, 신생아 분만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가 보상하는 내용 등이다. 또한 신속한 의료분쟁 해결을 위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설립토록 하는 것도 눈에 띈다.
하지만 그 간 첨예한 찬반 논란이 있었던 의료사고의 입증책임 전환 문제, 즉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료인이 스스로 무죄를 입증하도록 하는 제도는 법률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법안은 환자와 의료인 간 조정이 성립된 후에는 형법의 업무상과실치상죄를 범한 경우에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불구 또는 불치,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된 경우는 예외로 명시했다.
또한 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국가가 보상토록 했다.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 보상은 '분만'에 따른 의료사고로 제한된다.
아울러 특수법인 형태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설립하고 산하에 의료분쟁조정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이를 통해 의료분쟁의 신속한 처리를 도모해 환자는 정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의료인에게는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확보해준다는 취지다.
한편 의료사고 입증책임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신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의료사고 조사 시 감정부로 하여금 '사고의 원인이 된 행위당시 환자의 상태 및 그 행위를 선택하게 된 이유 등을 서면 또는 구두로 소명하도록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조정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입증책임을 전환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보건복지위원회)는 "완벽하지 않지만 의료사고 피해자의 심리적 고통과 소송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낭비를 다소 줄일 수 있는 제도가 생기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법안은 지난 1988년 대한의사협회가 국회 등에 법안 마련을 요청한 후 관련 법안 9개가 국회에 제출된 지 23년만에 법사위를 통과해 입법을 앞두게 된 것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