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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포럼] 평창 '100% 찬성'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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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포럼] 평창 '100% 찬성'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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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가 고향인 나는 '강원도 사람들은 대체로 좀 끈질기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런데 최근 강원도 사람들 한번 엄청 끈질기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것은 2018년 동계올림픽을 평창에 유치하기 위해 재수도 아니고 3수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3년 연속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12년 동안 줄기차게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실사단이 평창을 방문했을 때 총리를 비롯한 높은 분들이 모두 행차해 이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국가적 법석을 피웠다. 문제라도 제기할라치면 이건 완전히 매국노 취급 당할 분위기다.

그런데 평창과 함께 경쟁 중인 독일 뮌헨의 경우 IOC 실사단이 현지실사를 시작한 3월1일 일부 현지 주민들이 동계올림픽 유치 반대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올림픽 일부 경기가 열릴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지역의 환경단체는 인터넷 사이트(www.nolympia.de)를 통해 동계올림픽 유치를 거부하는 18가지 이유를 밝혔다.


이들이 밝힌 18가지 반대 사유 중 주요 내용을 보면 지구 온난화로 알프스 지역이 매우 따뜻해져 동계올림픽을 치르기엔 눈이 부족해 인공 눈을 만들어야 하는데 인공 눈은 헥타르(1㏊=3000평)당 7t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는 것과, 30㎝ 높이의 인공 눈을 만들기 위해선 ㏊당 무려 100만ℓ의 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면 경기장뿐만 아니라 도로와 주차장 건설 등으로 심각한 환경 파괴가 예상되고, 경기장을 새로 지으면 기존 경기장은 아예 쓸모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16일에 불과한 동계올림픽은 '반짝 행사'일 뿐이며, 동계올림픽을 치르기 위해선 29억~35억유로(약 4조5000억~5조4000억원)를 투자해야 하지만 수익성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역대 올림픽에서 최대 수혜자는 IOC다. 스폰서로 나서는 대기업이나 부동산 업자는 돈을 벌겠지만 개최도시는 큰 이익이 없고,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 세입자인 지역민 중 상당수가 쫓겨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대 논리들이 우리와 모두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님은 분명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개최한다고 해서 강원도가 갑자기 세계 일류지역이 될까. 강원도 경제가 살아나 많은 돈을 벌까. 벌써부터 고급주택단지인 알펜시아 에스테이트 개발에 따른 이자가 하루에 1억5000만원이 들어간다고 하니 과연 수지타산이나 맞출 수 있을까. 땅값만 올려놓아 미리 땅을 사 놓은 외지인들만 배를 불릴 뿐 선량한 지역주민이나 농민들은 비싸진 땅값 때문에 임차료만 올라가지 않을까. 보호해야 할 백두대간을 마구 훼손하지는 않을까. 이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녹색성장'이니 '공정사회'와 과연 맥을 같이 하는 것일까.


무조건 세계대회나 회의를 유치하기만 하면 뭐가 될 것처럼 홍보하고 국민을 오도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매년 나라를 바꿔가며 개최하는 것이고 개최국이 의장을 당연히 맡게 돼 있다. 그것을 가지고 우리가 G20 국가들의 지도자나 된 것처럼 홍보하고 야단을 떠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우리 시대의 지도자들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평창과 뮌헨이 다른 점은 바로 국민의 의식수준을 소위 지도자들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이다.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을 못한다고 해서 국가의 체면이 손상되는 것도 아니고 그걸 한다고 해서 국가위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국민의 수준에 걸맞게 지도자들이 좀 차분해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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