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아시아블로그]나이많고 실력없어 고3 수업 못한다는 교사들

시계아이콘01분 48초 소요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얼마 전 근무환경과 학생수준이 높다는 서울 모 지역으로 전근을 간 A 선생님이 난감한 입장에 처했습니다.


불가피한 가정사로 겨우 자택 근처 지역의 한 학교로 옮긴 이 선생님은 새 학교에 부임하자 마자 고3 수업을 떠안게 됐습니다.

이 선생님이 난감했던 것은 머리가 굵은 데로 굵은 고3을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A선생님과 같은 과목을 가르치는 선후배 교사들이 고3수업을 하지 않겠다는 핑계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년퇴직을 몇 년 앞둔 B선생님은 “내가 이 나이 먹고 힘든 고3수업을 해야겠냐”며 위풍당당(?)하게 발을 뺐다고 합니다.


A선생님보다 교직경력이 훨씬 짧은 C선생님의 핑계는 더욱 가관이었습니다.


C선생님 왈, “나는 실력이 안돼서 고3 맡을 수가 없으니 알아서 하시라”며 꼬리를 내렸다고 합니다.


결국 학벌 좋고 경력이 적당한 A선생님은 꼼짝없이 고3수업을 모두 전담하게 됐습니다.


그나마 이 학교의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수준이 놓고 학업에 대한 열의가 있다는 점이 A선생님의 위안이 되고 있습니다.


‘철밥통’ 선생님들의 이 같은 ‘철부지’ 행태는 비단 이 학교만의 일이 아닐 것입니다.


‘철부지’는 철을 모른다는 뜻입니다.


굳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한국교육 예찬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교사의 경쟁력이 세계 교육계의 화두로 떠오른 지 이미 수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비록 일부겠지만 한국 교사들의 의식은 70년대 개발시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정년이 다가오니 몇 년간은 쉬엄쉬엄, 대강 학교생활하고 웃어른 대접이나 받으며 마실 나오듯 학교로 출근하는 선생님.


‘고시’라고 불리는 교원임용시험을 밤샘공부하며 목숨걸고 통과했으니 나머지 30여년은 제대로 한번 쉬어보자는 젊은 교사.


교장, 교감 달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오직 보직에만 신경쓰며 소위 ‘승진 포인트 쌓기’에 바쁜 예비 교장, 교감 선생님.


이들의 일념은 수업을 최대한 줄이고 개인목적의 시간을 늘리는 것입니다.


일반 공무원과는 달리 교사는 특별한 진급 제도가 없습니다. 교장, 교감, 장학사에 대한 꿈만 접는다면 평교사로 정년퇴직을 할 때까지 밥줄 놓을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다는 점도 한 몫을 할 겁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교육을 예찬하고 한국 학생들의 높은 지적수준에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지만 여기에 한국교사들이 낄 자리는 많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게도 공교육 정상화를 울부짖는 교사들이 아니라 나이에 상관없이 자기계발에 여념이 없는 학원의 능력 출중한 강사, 해외 어학연수 프로그램 개발하고 있는 유학원 등에 공을 돌려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학생들을 열성으로 지도하고 훌륭한 인성을 심어주고자 하는 사명의식으로 똘똘 뭉친 대다수 선생님들에게 이런 저런 핑계로 자기 수업부담을 줄이고 실력을 키우기 보다 배짱으로 정년퇴직 후 통장에 매월 입금될 연금만을 기다리는 교사들은 개선 불가능한 또 하나의 ‘문제학생’일지 모르겠습니다.


짐 콜린스는 그의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어떤 사람이 그저 맞지 않는 자리에 있는 건지, 아니면 버스(회사)에서 완전히 내려야 하는 건지 확실하게 알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좋은 회사를 위대한 회사로 도약시킨 리더들은 사람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대는 곧장 실행에 옮기곤 했다."고 말했습니다.


"대학교수 자녀는 못해도 서울소재 대학교에 입학하지만 교사 자녀들은 아주 잘해야 서울 근교에 있는 대학에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교수들은 연구논문을 써야하기 때문에 집에 가서도 책을 손에서 못 놓고 이를 바라보며 자란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습관을 들인다고 합니다.


반면 교사들은 집에 가면 책 볼 일이 없고 TV만 보며 아이들에게는 공부하라고 입으로만 다그치니 대입 결과가 좋지 않다는 해설도 곁들여집니다.


우스갯소리지만 ‘아~ 말 되네’라는 공감이 가는 대목입니다.


이 글이 교육 현장에서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선생님들에게는 죄송스러운 내용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악화(惡貨)는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는 그레셤 법칙이 교육계에서만은 예외이길 기대해봅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