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국회 행정안전위가 4일 '입법 로비'를 사실상 허용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처리해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해 연말 예산안 강행처리 이후 냉기류가 흐르던 여야가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법안엔 '초당적'으로 협력, 거사를 치러냈기 때문이다.
여야는 소액 후원금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정자법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현행 정자법 31조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곁들인다. 그러나 이번 정치자금법 개정안 처리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개정 방향이 잘못됐다. 지난 해 청원경찰법 입법로비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정치자금법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무기명 후원금의 경우 출처를 알 수 없어 단체와 관련된 후원금인지 여부를 해당 정치인은 알 수 없다는 점이 맹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는 청목회 수사와 관련된 3개 조항만 바뀌었다. 정치인이 기부받을 수 없는 돈을 '단체와 관련된 자금'에서 '단체의 자금'으로 범위를 좁혀 기업이나 이익단체의 직접적 기부가 아니면 처벌할 수 없도록 했다. 또 '공무원이 담당, 처리하는 사무에 관련해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과 관련한 정치자금 수수를 금지한 32조 3호의 '공무원'을 '본인 외의 다른 공무원'으로 바꾸어 국회의원이 입법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받는 행위에 면죄부를 주었다. 철저히 자신들의 밥그릇을 위해 국민의 뒷통수를 친 셈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민생 법안 처리에 여론의 관심이 쏠려있는 동안 여야가 3시간 만에 기습 처리했다는 점이다. 만약 여야의 강변대로 정자법 개정 문제가 시급했다면 당초 계획에도 없던 법안을 기습 상정해 처리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토론 절차를 거쳐야 했다. 더구나 행안위는 청목회가 입법로비한 상임위인 만큼 진정성을 인정받고 싶다면 해당 정치인의 재판이 끝난 다음 처리했어야 했다.
여야는 3월 국회에서 매듭을 지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을 본회의 자유투표로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몇몇 의원들의 반발이 있지만 결국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이대로 개정안 본회의를 처리될 경우 18대 국회는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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