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정의감에 불타는 주인공이 있다. 악연으로 얽혀 얼굴을 마주하기 껄끄러운 상사를 만나 티격태격하는 주인공은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상사가 과거에 저지른 실수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한다. 진실을 추적하던 주인공은 사건의 배후에 증거조작과 살인청부까지 일삼는 거대한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SBS <싸인> 이야기가 아니다. 강남경찰서 강력반을 배경으로 한 KBS <강력반> 이야기다. 비슷한 시기에 방영되는 두 편의 드라마 모두 ‘진실은 은폐되어 있고 의로운 이들이 그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점이다.
<싸인>이 법의학 지식을 통해 진실을 밝히려는 의로운 인물들에 포커스를 맞춘 장르물이라면, <강력반>은 강력 범죄에 분노하고 끓어오르는 혈기로 범인 검거에 앞장서는 형사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에 더 큰 무게를 실었다. 이미 KBS <특수수사일지: 1호관 사건>에서 수사물을 연출한 경험이 있는 권계홍 감독은 “내 가족 중에도 형사인 분들이 계시다. 내가 늘 보아 왔던 형사의 모습, 피 흘리고 다쳐가면서도 범인을 잡고 싶다는 강한 열망과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서 일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건과 수사 위주의 극이 아니라, 때로는 오해도 받고 승진 욕심도 부리고 애정을 갈구하기도 하는 형사들의 살아 있는 모습을 그리겠다는 권 감독의 목표지점은 “본격 장르물과 일반 드라마의 중간 지점, 모든 시청자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다. <강력반>의 기대요소가 냉철한 두뇌 싸움과 과학 수사는 아니라는 것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형사의 새로운 면을 주목하라
한 달간 강남경찰서를 출입하며 동행취재를 한 박성진, 허지영 작가는 물론, 주인공 박세혁 역할을 맡은 송일국 또한 강남서 야간 당직을 서면서 형사들의 육성을 듣고 그것을 작품에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MBC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이후 드라마를 그만 둘까 고민하다가 각본을 읽고 참여하게 되었다는 송일국은 “강력반 사건 수기를 읽고 피해자 사진을 봤는데, 꿈에 나올까 무서울 정도로 끔찍한 사진들이었다. 그런데 사건의 개요를 먼저 읽고 사진을 보니 공포가 아니라 분노부터 느껴지더라. 이런 느낌으로 수사를 하고 범인을 잡으러 다니겠구나 싶었다”고 드라마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영화 < H >를 준비하며 인천 기동수사대 팀과 함께 범인 검거현장까지 동행했던 기억을 들려준 성지루 역시 “지금도 가끔씩 그 분들을 만난다. 다 형, 동생하며 지내는데, 사람 냄새 나는 건 누구나 똑같다. ‘형사도 다 같은 사람이구나. 이런 면모도 있구나’ 하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력반>의 특징이 일선 형사들의 육성이 반영되었다는 점만은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 형사물은 <수사반장> 이후 더 나아가지 못했다. <강력반>은 한국 형사물 장르를 새롭게 개척하는 드라마가 될 것이다.” 고영탁 KBS 드라마국장의 인사말이 단순한 덕담이나 다짐이 아닌 현실이 되려면, 단순히 형사들의 삶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의 온도와 문제의식을 얼마나 충실하게 담아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수목으로는 이미 만만치 않은 법의관들이 뛰고 있다. 강남서 형사들은 얼마나 단단히 신발끈을 조이고 달릴 수 있을지, 오는 7일(월) KBS2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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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승한 fourteen@
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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