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 3DTV 기술 논쟁 뒤에는 대승적 차원의 상호협력도 필요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한가지 재미있는 실험이 있습니다. 인간의 이기심(?)과 연관된 것이기도 합니다.
댄 애리얼리 듀크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 실험인데요 요지는 이렇습니다.
A라는 실험군에 속한 학생들에게 종이 개구리를 만들게 하고 스스로 자신이 만든 개구리의 값어치를 매기게 했습니다. 그리고 종이개구리를 만들지 않은 B실험대상군의 학생들에게 A실험대상군이 만든 종이 개구리에 대한 값어치를 부여하는 작업도 이뤄졌습니다.
사실 종이개구리가 잘 만들어져 봤자 얼마나 큰 차이가 있겠습니다.
그러나 실험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자신이 만든 종이개구리에 대해서 A실험군 학생들은 스스로 23센트의 가치를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제품에 대해 B실험군의 실험대상자들은 불과 5센트를 매겼습니다.
그만큼 자신의 노고가 들어간 제품, 기술에 대해서는 소중하게 느끼는 심리를 고스란히 반영한 것입니다.
내 아이가 유독 다른 아이들보다 똑똑하고 예뻐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아무 이유없이 바로 '내 자식'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정의한 표현이 'NIH(Not Invented Here)신드롬'입니다. 자신이 또는 자사가 만들어내지 않은 제품·기술에 대한 폄하심리입니다. 한마디로 내가 만든 게 최고라는 거지요.
최근 3DTV 기술 논쟁이 다시 뜨거워질 전망입니다.
작년에 삼성전자의 액티브셔터글라스방식과 LG전자의 편광방식이 한판 승부를 벌일 결과 삼성전자의 완승으로 끝나는 듯했지만 LG전자가 필름부착방식의 FRP방식 3DTV를 출시하고 설욕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두 방식을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안경이 다소 무겁고 배터리가 장착된 3DTV는 액티브셔터방식, 그리고 일반 극장에서 쓰는 평범한 안경을 사용하는 3DTV가 편광방식입니다.
원래 편광방식 3DTV가 액티브셔터 방식보다 가격이 20%가량 비쌌는데 LG디스플레이가 유리가 아닌 필름을 붙이는 방법으로 가격을 크게 내려 본격 경쟁에 나선 것입니다.
세계 TV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두 한국기업의 상호견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기자간담회나 취재 등을 통해 두 기업이 상대방의 기술에 대해 칭찬하는 사례를 본 적이 없습니다.
액티브셔터방식에는 건강문제와 대형화면 적용의 애로점이 있다고 하고 편광식에는 풀HD화질구현의 어려움이나 시야각 등에 맹점이 있다고 상호 단점을 꼽기에 분주합니다.
두 회사 모두 세계 최고의 TV기술을 보유한 기업입니다. 당연히 자사 제품, 기술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만하고 그럴 자격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기업이 눈 깜박하는 ‘찰라’에 글로벌 시장의 선두주자자리를 내놓고 뒷방신세를 지는 사례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단적인 예가 소니겠죠.
애리얼리 교수에 따르면 소니는 트랜지스터라디오, 워크맨, 트리니트론 수상관 등을 창조해냄으로써 시장에서 승승장구를 합니다. 그러나 소니는 오랜 성공의 역사를 근거로 자신들의 창조물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시대 조류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대중의 지혜(The wisdom of crowds)’의 저자 제임스 서로위키는 “소니에서 만들어 진 것이 아니면 그들은 아무것도 활용하려 하지 않았다”고 꼬집은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서로 상대방의 방식을 차용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터부시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경쟁사이기는 하지만 다행히도 세계 1,2위 회사가 한반도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외국 경쟁사와도 필요하면 손을 맞잡고 어깨동무를 해야 하는데 굳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그러지 못할 이유가 없고 또 NIH신드롬에 빠져있다는 지적을 받을 이유는 더 더욱 없을 것입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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