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의료와 교육, 연구를 하나로 묶어야 한다는 것은 이길여 경원대 총장의 오래된 신념이다. 길병원과 의과대학, 경원대를 통해 의료와 교육은 기반을 잡은 지 이미 오래다. 그리고 마지막 염원인 세 번째 과제로 '연구'가 가장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곳이 바로 경원대 가천바이오나노연구원이다.
약 400억원의 초기투자로 지난 2007년 설립된 이곳 연구원에서는 인체에 삽입된 미세한 크기의 의료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 같은 첨단 의료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 바이오나노, 첨단 의료기술분야 개척 = 바이오나노. 바이오(Bio, 생명공학)와 나노(Nano, 원자나 분자 단위를 다루는 기술) 분야가 유망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기자가 듣기에도 생소하고 여전히 어려운 용어였다.
쉽게 말해달라는 요청에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느냐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바이오나노학부장인 박정환 교수는 '의과대학과 공과대학을 엮어서 새로운 의료기술을 개척해 나간다'는 이야기를 덧붙여주었다.
첨단 기술을 동원해 새로운 진단과 치료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는 말이다. 인간의 생체지식으로 무장한 의사들이 이제는 세밀한 동작을 하는 로봇을 공부하고 첨단 미세 물질을 개발하는 공학기술을 익히는 식이다.
조금 더 구체적인 사례로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교수는 "센서를 심장에 삽입해서 혈압이 일정 수준으로 떨어지면 무선으로 신호를 전달해서 역시 미리 신체에 심어둔 약제가 터지면서 몸으로 스며들도록 하는 기술을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병치료를 위해 상상에 의존해 왔던 신기술들이 연구원에서 태어나고 있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기도 했다.
박 교수는 최근까지 미국 조지아텍(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공부하다 돌아 왔다. 그는 "의사와 엔지니어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시대로 이미 접어들었다"면서 "미국의 에모리 의대는 조지아텍과 연구팀을 꾸려 인류를 구하는 의료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의사들과 공학자들이 함께 벤처회사를 만들어 의료 기술을 연구하기도 한단다.
그는 앞으로 가천바이오나노대학에서는 'MD Ph.D'를 길러내게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의학박사가 공학을 전공해 의공학을 연구하는 때가 곧 열린다는 것이다.
경원대 가천바이오나노연구원이 연구를 통해 상용화하려는 부분은 진단키트, 체ㆍ내외 진단장비, 임상장비로 크게 구분된다. 통증 없이 편리하면서 정확하게 진단하고 소형화ㆍ정밀화된 장비로 치료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박 교수는 "서울대, 연세대, 인제대 등에서도 이제 의공학에 관심을 두면서 학과 개설에 나서고 있다"면서 "우리보다 뒤처졌지만 첨단 과학기술로 변모한 의료기술에서 곧 세계 최첨단의 해외 병원들과 경쟁해야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원대는 10년 내에 진단과 치료 분야에서 2곳 정도의 전문 센터를 마련하고 국내 4대 병원으로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 다양한 전공의 교수진, 연구실 벽 허무는 융합 = 경원대 가천바이오나노연구원의 강점은 융합 연구가 가능한 다양한 전공의 연구진이다. 연구원의 교수 14명은 화학, 화학공학, 물리, 생명공학, 농생명학 등 다양한 영역을 전공했다. 박 교수는 마침 이날 연구원의 서순민 교수와 스텐트(혈관 삽입용관)에 관한 연구에 대해 토론을 나눴다.
국내 최대의 의료용 스텐트 생산 회사인 태웅메디칼과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기존의 스텐트보다 획기적으로 작은 크기의 스텐트 개발이다. 박 교수는 "대학과 연구소로 연구 의뢰가 들어왔는데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나노 분야를 연구하는 서순민 교수에게 가장 적합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뇌 모세혈관에 삽입할 수 있는 100 마이크로 미터 수준의 미세 스텐트를 새롭게 개발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바이오 기술이 아니라 나노 기술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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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서 교수는 "전공 분야가 너무 달라 처음에는 교수들이 모여서 이야기해도 서로의 얘기를 알아들을 수조차 없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바로 옆 연구실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람을 살리는 정신이 첨단 과학기술과 결합하는 시대가 가천바이오나노연구원에서 새롭게 열리고 있었다.
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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