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법 개정을 통해 올해안에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서 거듭날 생각입니다"
김용환 신임 수출입은행장은 8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수은법에서는 IB와 관련된 업무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IB업무가 가능하도록, 즉 일부 증권업무를 할 수 있도록 수은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지원하고 선진국 공적수출보증기관(ECA)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금융투자회사들에 적용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의 경우 금융상품의 범위가 포괄주의(네거티브) 방식이므로 무제한으로 상품 판매와 개발이 가능하지만, 수출입은행법은 열거주의(포지티브)로 가능한 업무를 명시하고 있어 운신의 폭이 좁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형 PF 프로젝트가 많은 수은의 업무 특성과 달리, 수은법은 포지티브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수은이 IB업무를 할 수 있다면 해외 PF를 진행할 때 주간사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현재 수출입은행은 기획재정부에 법 개정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올해 안에 법 개정이 가능한지 묻자 "국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므로 시기를 못박을 수 없지만 (연내 달성)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자본확충 규모에 대해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전제한 뒤 "쉽지는 않겠지만, 대형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므로 기재부와 협의해 자본을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수은의 자기자본 규모는 7조원으로 글로벌 IB에 뒤지는 수준은 아니지만, 동일차주 여신한도가 50%인 점을 감안하면 한 차주에게 빌려줄 수 있는 최대 자금 규모가 3조5000억원 정도로 묶여 있다.
올해 기재부로부터 1000억원의 현금출자를 받기로 했지만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려면 아직은 자본 규모가 작은 상황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ECA들의 경우 여신한도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것도 수은에게는 불리한 여건이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해외 대형 프로젝트 금융시장에서 이처럼 수은의 손발이 묶여 있다는 건 결국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각 국 기업들은 자국 ECA의 도움을 받아 대형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금융 기관으로서 IB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산업은행과의 업무중복 우려에 대해 묻자 "각각의 역할이 있는 만큼 중복을 걱정할 건 없다"며 "만약 산은과 경쟁적으로 IB업무를 진행한다 해도 선의의 경쟁이라는 점에서 결과적으로는 국익에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김 행장은 '조직내 소통'을 수은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행내에서 정보, 지식,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소통 채널을 개발하여 유지하고, 다른 기관과도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생각"이라며 "행내 협의체를 활용하고, 대화도 늘리는 등 소통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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