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안혜신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주 재정불량국 국채매입을 중단했다. 지난 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이는 재정적자 위기가 어느 정도 완화됐다고 판단, 물가안정에 보다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ECB 공식 자료에 따르면 ECB는 지난주 국채 매입을 중단했다. ECB는 지난 해 연말까지 시장에 확산된 재정적자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주당 30억유로 규모의 국채를 꾸준히 매입했다. 그 전주에도 ECB는 1억4600만유로의 국채를 매입했으며 총 매입 규모만도 765억유로다.
국채 매입 중단에는 재정적자 우려 완화는 물론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도 한몫했다. 이날 발표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지난달 인플레이션은 2.4%로 27개월래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2개월 연속 ECB의 목표치인 2%를 넘어선 것이다.
치솟는 물가에도 당장 오는 3일 진행되는 통화정책회의에서 ECB는 기준금리를 1%로 동결할 전망이다. 그러나 전달 2.2%보다 오히려 물가가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ECB가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들어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매파적 발언을 지속했다. 그러나 국채매입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이러한 경고는 ECB가 금리인상에 미온적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
실제 시장에는 여전히 ECB가 올해 연말 전까지는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12월부터 2%를 넘어선 물가는 최근 이집트 사태로 인한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오를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들은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올해 연말에는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고있다.
문제는 단기적인 인플레이션일지라도 이미 재정적자로 휘청이고 있는 유로존에는 큰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치솟는 물가는 임금인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ECB가 최근 다른 어떤 중앙은행보다도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이유다.
그나마 유럽 내 가장 단단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독일의 지난달 인플레이션 역시 지난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인 2% 상승을 기록한 점도 ECB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최근 들어 유로존재정안정기금(EFSF)을 통한 채권 매입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ECB의 이번 움직임에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닉 매튜 RBS 이코노미스트는 "ECB는 EFSF의 채권매입 등 역할강화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혜신 기자 ahnhye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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