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2012년 대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 한해 오바마 대통령을 쫓아 다녔던 '반기업적'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동시에 재계와의 협력을 통해 경제성장을 일궈 내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이하 미국 현지시간) 뉴욕시 스키넥터디에서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를 대신해 신설된 일자리·경쟁력위원회 위원장에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임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멜트 GE 회장은 일자리 창출과 미국의 경쟁력 강화를 이끌 적임자"라며 "이멜트 CEO가 위원장 자리를 수락해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년 동안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면 향후 2년 동안은 성장 속도가 빨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멜트 회장을 임명한 곳이 GE의 태동지인 스키넥터디라는 점은 더욱 주목을 끈다. GE의 발원도시에서 일자리 경쟁력위원회 위원장을 임명함으로써 올 한해 경제 정책 방향이 일자리 창출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대패 이후, 반목을 거듭해 왔던 재계에 화해의 손을 내밀어 왔다.
그는 지난달 14일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최고경영자(CEO)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 전 회장 부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미국의 경쟁력 강화 방안과 경기부양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다음날에는 20명의 기업 CEO들과 회동을 갖고 2조달러가 넘는 기업들의 보유현금을 고용확대에 써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또한 민주당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감세 연장안을 승인했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마무리 지으면서 재계로부터 점수를 땄다.
오바마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행보에 방점을 찍은 것은 윌리엄 데일리 JP모건체이스 미국 중서부 지역 회장을 백악관 비서실장에 임명한 것이다.
미국 3대 재계단체인 미 상공회의소, 전미제조업협회(NAM),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의 수장 모두가 친(親) 공화당 인사로 채워지면서 재계와의 창구 역할을 담당할 '재계통'이 필요한 상황에서 데일리 비서실장은 최적의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현재 상공회의소 회장은 토머스 도너휴, NAM은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의 수석 부회장 제이 티몬스,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의 회장은 존 엥글러 전(前) 공화당 소속 미시건주 주지사가 맡고 있다.
데일리 비서실장은 화려한 재계 경력을 쌓은 인물로 보잉·애벗래버러토리스 이사를 역임했으며, 2년여 동안 SBC커뮤니케이션스의 회장을 맡기도 했다. 2004년5월부터 JP모건체이스 중서부지역 회장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을 막는 규제를 제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은 '21세기 규제 시스템을 향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규제가 도를 넘어서고 기업들에 비합리적인 부담을 주며 혁신을 저해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과도하고 일관성이 없으며 쓸모없는 규제를 제거하기 위해 규제 재검토에 착수하라는 행정명령을 발동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데일리 비서실장과 함께 오바마 정부 집권 후반기 경제 정책을 책임질 이멜트 위원장은 1982년 GE에 입사해 2001년부터 전임 회장 잭 웰치에 이어 CEO를 맡고 있다.
2009년2월 경제회복자문위원회가 창립될 당시 창립멤버였으며, 지난 2009년11월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물론 이번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 때도 재계 대표로서 정상회담 일정에 참여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내달 상공회의소에서 연설을 할 계획인데, 지난해 오바마 정부와 상공회의소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상공회의소는 지난 중간선거에서 약 7200만달러를 들여 민주당을 반대하는 선거 광고를 내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처럼 친기업적 행보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지만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재계가 오바마 대통령의 대표 정책인 금융개혁법과 건강보험개혁법에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마스 도너휴 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1일 "건보개혁법은 철폐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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