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은 17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뺀 복지논쟁은 문제해결의 방법이 될 수 없다"면서 정치권의 무상복지 논란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지식경제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복지정책의 범위와 재정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주장을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다"면서 "이는 양극화에 대한 사회적 위기의식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으로 긍정적이나 국가에 도움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욕구가 팽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는 점에서 공허한 부분이 더 크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정 위원장은 "평범한 의사는 치료를 잘해 환자를 병원 밖으로 내 보내는 것만 생각하지만 명의가 되려면 '예방과 재발방지'까지 같이 생각해야 한다"면서 "동반성장은 중산층의 추락방지, 서민층을 중산층으로 밀어올리기, 빈곤층을 서민으로 자립시키기를 의미한다"고 했다. 이는 정부의 복지정책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으며 복지정책은 엄밀히 말해 동반성장의 효과가 나타낼 때까지 문제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 위원장은 현재 대한민국의 문제점에 대해 기업·지역·개인 등의 양극화를 꼽고 이는 북한과 더불어 체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주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양극화의 결과는 한마디로 중산층 붕괴이며 그 해답으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지목했다. 그는 "동반성장은 비정규직 문제도, 주택문제도, 복지수요의 폭증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열쇠"라고 강조하고 "정부는 동반성장의 혜택이 널리 퍼지도록 하는 데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은 양극화의 전방위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대기업에 대해 강력한 행동을 촉구했다. 자동차를 예로 들며 앞으로의 경쟁구도는 현대차 대(對) 도요타가 아니라 현대차와 협력업체 對 도요타와 협력업체간 대결이라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이를 항공모함에 비유하면서 "항공모함 전단이 가장 강한 부대인 것은 항모만 크고 첨단장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며 "구축함, 순양함, 수송함, 잠수함 등이 모두 우수하고 서로 협력하는 시스템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경제를 21세기경 항공모함 전단으로 재정비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이 먼저 변화를 실천하고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는 데서부터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며 "이것이 우리가 살고, 우리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사는길, 바로 함께 가는 동반성장이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13일 출범한 동반성장위원회는 대기업의 동반성장 성과를 지표화해 평가하는 동반성장지수를 마련해 공표하고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과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민간주도이지만 사실상 정부와 민간이 참여하는 단체로 위원회가 공표하는 동반성장지수와 업체별 평가, 중기 적합업종 품목과 선정은 정부 정책과 세제상에서 인센티브와 불이익을 준다.
정 위원장은 출범 후 한달여 동안 현재까지는 사실상 업무파악에 주력했고 각계와의 간담회외 의견청취 등을 했다고 했다. 또 가까운 시일안에 대중소기업이 함께 지원해 위원회를 확대, 개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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