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난새 지휘자와 포스코센터 로비서 11년째 음악회 진행
발상의 전환 통해 고객에 다가가는 기업 이미지 구축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지난 1999년 당시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결성해 활동 중이던 금난새 지휘자는 포스코 임원들에게 이색적인 제안을 했다.
1995년 7월 준공된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로비 아트리움에서 음악회를 열고 싶다는 것이다. 클래식에 대한 거부감을 친밀감으로 바꾸기 위해 비싼 입장료를 내야 하는 공연장을 뛰쳐나온 금난새 지휘자에게 포스코센터의 넓은 로비 공간은 공연장으로서는 딱 알맞은 장소였다.
포스코로서도 전혀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포스코센터 로비에는 비디오아트의 창시자인 고 백남준씨가 아날로그TV 200여대로 만든 'TV나무' 'TV깔대기'와 같은 비디오아트 작품이 설치돼 있다. 로비를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며 준공과 동시에 설치한 것이지만 금난새 지휘자의 제안 이전에는 다른 기업들처럼 그저 로비에 예술작품만 전시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머물렀던 것이다.
당시 서울 강남지역은 예술의 전당 이외에는 시민들이 찾아갈 수 있는 문화공간이 사실상 전무했다. 테헤란로 한복판에 위치한 포스코센터에서 음악회를 연다면 삭막한 도심 분위기를 훈훈하게 데울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그의 제안으로 그해 포스코는 첫 공연인 재야음악회를 개최했다. 무료 공연에 금난새 지휘자가 직접 지휘를 한다니 표를 구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예상 밖의 호응을 경험한 포스코는 이후 매년 수차례 포스코센터에서 금난새 지휘자의 공연을 열고 있다. 또한 재즈와 가요 등 공연 범위를 넓혀 다양한 음악에 목말라 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청량제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금난새 지휘자의 제안은 포스코센터를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발전시켰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던져줬다. 발상을 전환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현실을 살펴보면 보이지 않던 잠재된 수요가 폭발한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이다.
창사 이래 최고의 철강판을 만들어 세계 1위 업체로 성장한 포스코가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발전하려면 임직원 모두가 바로 '창조적인 마인드'를 갖는게 중요하다고 여기게 됐다. 특히 금난새 지휘자가 공연 중간에 재미있고 자상한 해설로 연주자와 청중의 간격을 좁혀주는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고객에게 먼저 다가가 그들의 애로를 먼저 발굴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세를 일깨워줬다.
금난새 지휘자로부터 배운 창조성과 적극성은 11년이 지난 현재까지 포스코에 계승되고 있으며, 정준양 회장은 틈이 날 때마다 창조적인 생각을 꽃피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난새 지휘자는 오는 18일 2010 포스코 송년음악회를 연다. 포스코센터 로비에 재개장한 미술관에는 큐레이터가 상주해 매일 찾아오는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소개하고 있으며, 올 여름에는 지하 1층부터 지상 1층까지 이어지는 9m 높이의 원통형 수조로 구성된 수족관(아쿠아리움)이 설치돼 방문객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문화공연을 지원하는 메세나 활동은 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넘어 포스코의 경영기법, 기업문화에도 매우 큰 변화를 일깨워줬다"면서 "창조성과 적극성 등의 교훈은 국민기업으로 지속 성장하는 포스코를 지탱해주는 뼈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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