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당초 "확전 안되게 관리하라"..2시간만에 "와전됐다"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부터 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서 상황을 점검하는 것은 물론 직접 전투상황을 지휘하며 숨막히는 시간을 보냈다.
이 대통령은 상황이 발생하자 "확전 안되게 관리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가 이후 "막대한 응징을 해야 한다"는 단호한 모습으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초기발언을 몇번이나 바꿨으며, 결국 '확전 자제'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번복했다.
이 대통령에게 포격과 관련해 첫보고가 이뤄진 것은 오후 2시40분쯤이다. 2시34분에 포격이 시작되자마자 신속하게 보고가 된 것. 이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보고를 받은 후 곧바로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지하벙커)로 자리를 옮겼다. 긴장감이 급속도로 높아지는 순간이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 무렵 정례브리핑 도중에 연평도 포격사실을 기자들에게 전하며 "오늘 아침 북측이 우리 호국훈련에 대해 항의성 전통문을 보냈다"면서 "몇발을 포격했는 지 등에 대해 확인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긴급하게 수석비서관회의를 소집했고 합참의장과 해군작전사령부, 공군작전사령부와 화상회의를 하며 직접 작전을 지휘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후 "확전이 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이 때가 오후 3시50분께였다.
하지만 10분여뒤인 오후 4시께 이 관계자는 "정정하겠다. 대통령이 내린 지시는 '확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것이었다"고 정정했다. 이 발언은 4시30분에 "단호히 대응하되,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것으로 다시 한번 고쳐졌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무엇인지 직접 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 기자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정확한 대통령 멘트(발언)가 맞느냐", "너무 많이 마사지(대통령 발언을 가다듬는 작업을 일컫는 은어)하는 거 아니냐" 등등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대부분 기자들은 이같은 불만에도 불구, 사태가 워낙 엄중하다는 판단에서 속보의 헤드라인을 '확전되지 않도록 만전 기하라'에서 '단호히 대응하라'로 바꾸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4시35분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는 김성환 외교통상, 현인택 통일, 김태영 국방, 맹형규 행정안전 장관과 원세훈 국정원장이 참석해 각 부처의 대응상황을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김 외교통상장관에게 지시해 주변국 및 동맹국에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사항을 알리고, 협조를 당부하도록 했다.
오후 6시 홍상표 홍보수석이 "민간인에 대해서까지 무차별 포격을 가한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식 정부성명을 발표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홍 수석은 외교안보장관회의 도중에 공식브리핑을 위해 나온 것이었다. 그는 "확전 자제와 같은 지시는 처음부터 없었다. 와전된 것이다"고 말했다.
'확전 자제' 발언이 몇번의 정정을 거쳐 2시간여만에 완전히 없던 일로 됐다. 기자들은 홍 수석에게 수차례에 걸쳐 "정확한 워딩이 뭐냐"고 물었고 "확전 자제라는 말은 한번도 없었다"고 답했다.
오후 8시30분께 김희정 대변인은 브리핑을 갖고 이 대통령의 합동참모본부 방문 사실을 알렸다. 김 대변인은 "북한이 쏜 포의 수를 보고 받고 '몇 배로 응징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북한의 미사일기지를 '경우에 따라서는 타격하라'는 지시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단호한 대응 자세를 거듭 강조했다.
오후 8시37분, 합참 지휘통제실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우리 군에 강도 높은 대응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추가 도발에 대해 몇 배의 화려으로 도발을 응징해야 한다"면서 "다시는 도발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응징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민간에게 무차별 폭격하는 데에는 교전수칙을 뛰어넘는 대응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날 북한 도발에 대해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우리 군과 북한에 보낸 것이다. 기자실에서는 "처음부터 이렇게 강하게 나갔어야 했다", "사실상 도발상황이 끝나고 나니까 말로만 '막대한 응징'을 하는 것 아니냐", "천안함 사태 때도 말로만 강경대응하지 않았느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 복귀해 밤 9시50분께 외교안보장관회의를 끝마치고, 임태희 대통령실장, 천영우 외교안보수석 등 참모들과 함께 지하벙커를 지키며 안보 동향을 점검했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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