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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결위 하루종일 파행...막말·고성 난무한 아수라장(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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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9일 하루 종일 고성과 막말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연출됐다.


한나라당은 12월 2일 예산안의 법정처리 시한 준수를 강조하며 예결위 종합정책질의 일정을 강행했다. 반면 민주당은 소속 의원들이 예결위회의장 위원장석 앞 단상에 몰려나와 피켓시위 등을 벌이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특히 청목회 수사는 물론 민간인 사찰과 청와대의 대포폰 지급 의혹 등의 사안과 관련한 김준규 검찰총장의 예결위 출석을 요구하며 강하게 맞섰다. 박상은, 정해걸,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들이 질의에 나섰지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상적인 예산질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답변에 나선 국무위원들도 국회의 익숙하고도 낯선(?) 풍경에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예결위는 오전과 오후 내내 정회와 속개가 반복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민주당이 예산안 심사를 보이콧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여당 단독으로라도 예산안 심의를 정상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이종구 의원은 "12월 2일 법정기한내 예산안 통과를 위해 종합질의를 사흘 이상 할 수 없다. 지난 수요일 예산안 상정했는데 질의를 제대로 못해 하루를 까먹었다"며 "오늘마저 질의를 안한다면 우리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500명 이상의 공무원이 쌓여있는 업무에도 국회에 와있다"고 설명하며 조속한 예산심의를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청와대의 대포폰 의혹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았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현재 벌어지는 상황은 국가 행정권이 권한 남용을 넘어서 국민의 인권을 침해, 은폐하고 불법적인 장비까지 동원되는 민주주의가 심대하게 훼손되는 근본적인 문제"라며 "최근 검찰권력이 국회의원의 직무범위까지 간섭하고 농단하는 상황이다. 심하게 나가면 의원의 입법활동이나 예산심의할 때 검사를 배석시켜야 한다. 이게 횡령이나 알선인지 검사에게 물어봐야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극심한 갈등 끝에 오전 11시 20분경 속개된 예결위는 또다시 여야 의원들의 입씨름 끝에 파행을 맞이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요구한 것은 검찰총장이 나와 지금 일어난 일들(청목회 수사, 민간인 사찰, 대포폰 의혹)에 대해 제대로된 심의를 받고 예산심의를 받으면 된다"며 "검찰총장이 출석해야 한다.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예산심의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미국에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통령이 물러났다. 민간인 사찰과 대포폰은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것이 드러났고 워터게이트 10배 이상의 사건"이라며 "이 문제가 사실이라면 정말 검찰총장을 구속하고 대통령을 탄핵해야 할 사안"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주영 위원장은 쏟아지는 민주당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 신청에 "대포폰 수사를 촉구하는 것 아니냐"며 "예산심의에 관계되는 의사진행발언은 감안하겠지만 검찰총장의 출석문제는 여야 간사간 협의를 하도록 당부를 했다"고 자제를 촉구했다.


서 의원은 "위원장님, 의사진행발언 있습니다. 위원장님 이러시면 안됩니다"라고 항의하며 단상 앞으로 나와 의사진행발언을 거듭 신청했다.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왜 이래"라며 항의가 터져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한나라당 예결위 간사인 이종구 의원이 단상 앞으로 나와 민주당 의원들의 자제를 당부했다. 이어 질의를 위해 단상 앞으로 나온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이 발언을 시작하려 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만류했다.


예결위는 사실상 몸싸움 일보 직전의 상황까지 가는 아수라장이 연출됐다. 어수선한 과정 속에서 "청와대가 국민들 뒷구멍 캐는 게 정상적인 나라냐(홍영표 민주당 의원)", "총리님이랑 국무위원들 바쁘신데 가서 일들 보세요. 오늘은 일들 보세요(조영택 민주당 의원)" 등등 민주당 의원들의 고성도 쏟아졌다.


오후 2시 예결위는 또다시 속개됐지만 상황 변화는 거의 없었다. 여야의 갈등만이 더 극명하게 노출됐다. 이주영 위원장은 이어 "우리 헌법에서 12월 2일까지 중앙정부 예산안을 통과시키라고 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그렇게 예산안 처리가 돼야 광역과 기초자치단체의 예산이 순차적으로 심의를 마쳐 내년도 예산집행이 제대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이번만큼은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말자고 여야가 고심했다"며 "언제까지 이런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하나. 아직도 가장 신뢰성 낮은 기관으로 국회를 본다"며 예산안 심의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 위원장은 이후 여야 간사간 협의를 이유로 또다시 정회를 선언했고 예결위는 오후 3시 30분경 다시 속개됐지만 여야의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여야 의원들은 번갈아 의사진행 발언에 나서 상대방을 강하게 성토했다.


김영우 한나라당 의원은 "청목회 사건 때문에 의원들이 억울한 면이 많이 있지만 국민은 속시원하다고 박수를 친다"며 "현직 대통령에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을 한 손학규 대표의 입이 가장 더러운 입"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신학용 의원은 "대포폰, 불법사찰 등 지금의 국정문란은 미국 같으면 대통령이 하야할 문제"라고 강조했고 최종원 의원은"민주주의와 자유가 흔들리고 망가지는데 예산이 문제인가"라며 "장관을 해임, 파면시키고 새 정부를 구성해 국회가 새로운 의미에서 국가에 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노철래 미래희망연대 의원이 예산안 종합질의에 나서자 민주당 의원들은 또다시 의장석 단장으로 몰려가 항의했다. 전병헌 의원은 "국민을 사찰하고도 모자라 일당독재식으로 운영하느냐"고 성토했다. 결국 예결위는 여야간 극심한 갈등 끝에 또다시 정회됐다.


한편, 예결위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와 관련, 오후 5시 30분 회의를 속개할 예정이지만 회의 재개 및 정상적 운영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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