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환헤지 통화파생상품 '키코'(KIKO)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수출중소기업계가 키코 판매를 주도했던 외국계은행들과 거래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키코판매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향후 외국계은행을 상대로 미국 내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지난 28일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공대위에 가입한 업체들 피해액 2조3000억원 가운데 외국계은행이 차지하는 부분이 1조8000억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키코가 기업을 상대로 한 은행들의 사기상품인 동시에 외국계 자본에 의한 약탈이라는 말이다. 기자회견에 앞서 한국씨티은행 본사 앞에서 집회를 가진 공대위측은 씨티은행을 시작으로 전국 외국계은행과 거래중단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키코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대위측에 따르면 전체 피해업체 가운데 공대위에 가입된 일부 업체들만의 피해액만 2조3000억원 수준에 파산·폐업한 기업만 40여곳. 은행과 거래시 불이익을 우려해 공대위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가 더 많아 실제 피해는 이보다 더 크다는 게 공대위측 주장이다.
아울러 키코로 인한 손실금을 지불하면서 신용등급이 더 떨어지고 대출금리는 더 올라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등 구조적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국회 지식경제위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에 따르면 이처럼 기업들이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아 올해에만 4조3000억원 규모의 수출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대위측은 최근 은행측이 반박한 내용에 대해 실제 사례를 들어 재반박했다. 은행측이 주장한 '기업들이 타은행과 키코계약을 숨기고 오버헤지를 했다'는 내용에 대해선 은행 내부자료를 공개하며 거짓이라고 반박했으며 소송과정에서 번복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미리 위험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점이나 환율하락 전망에 대해 게을리 한 부분도 다시 제기됐다.
한편 공대위는 이날 정부가 발표한 키코 피해기업 2차 경영정상화 대책에 대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이번 대책의 수혜기업이 50개도 채 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지는데도 그대로 밀어붙여 하나마나한 지원책이나 다름없다는 말이다. 정부는 키코 손실을 제외한 부채비율 250% 이하 기업 가운데 영업이익률 3% 이상으로 지원 가이드라인을 정해 이날 발표했다.
공대위는 "신규 보증한도를 대폭 늘리고 패스스트랙 5년 연장, 신용등급 산정시 키코 손실분 제외 및 신규 유동성 지원시 이자율 예외 적용해야 한다"며 "재무구조 취약기업의 워크아웃을 추진할 경우 일방적인 기업매각을 금지하고 긴급 경영안정 자금을 상향지원하는 등 지원정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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