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부터 3개 위원회 1인당 360만원 들여 유럽, 미국, 호주 등 선진지 방문…일정에 관광 많아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충남도의원들이 제9대 의회가 개원하자마자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까지 줄줄이 해외연수를 다녀오기로 해 눈총을 받고 있다.
선진지 견학을 해외연수 목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여행일정을 들여다보면 고대 유적지 탐방에서 수목원이나 동굴탐방까지 단순 관광성으로 의심받을 만한 일정들도 상당수 눈에 띈다.
22일 충남도의회에 따르면 문화복지위원회 소속 의원 9명은 이달 27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9일간 호주, 뉴질랜드로 출장을 간다. 건설소방위원회 소속 의원 8명은 다음달 2~9일 헝가리, 폴란드, 체코를 다녀온다.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 9명도 29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미국, 캐나다로 해외연수를 간다.
3개 위원회의 연수비 9360만원(1인당 360만원) 전액을 예산에서 쓴다.
문화복지 위원들은 ▲선진복지시스템과 환경·수질 관리 실태파악 ▲아동보육시설 및 노인·장애인 복지시설 견학 ▲주민보건·편의시설 운영현황 파악 등을 이유로 하고 있다.
이들은 뉴질랜드 로토루아와 오클랜드 등을 돌며 웨어알로하 노인복지시설 등 복지센터와 장애인시설, 아동보육시설들을 방문한다.
그러나 주민편익시설 벤치마킹과 관광상품 접목 연구, 친환경 체육시설 현황 파악 등을 이유로 레드우드수목원이나 로토루아호수, 아이토모동굴, 시드니 블루마운틴, 바이센터니얼파크, 올림픽스타디움, 올림픽파크 등 관광성 목적지도 상당수 들어있다.
건설소방위원회 의원들은 헝가리, 폴란드, 체코 3국의 소방조직 운영과 동절기 안전 출동체계 파악, 도시계획 수립 및 고대 건축물 관리 실태자료수집 등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정은 관광일정인 부다페스트 고대유적을 포함한 체스키, 코로로프, 프라하 등을 돌며 고대유적과 유물견학으로 일정을 보낸다.
교육위원회 의원들은 미국 워싱턴주립대, 캐나다 온타리오 국립초등학교, 온타리오주교육청, 토론토교육청, 오타와 국립중학교, 퀘백시 클리어포인트초등학교, 보스톤 교육청, 보스턴 웨스턴중학교, 뉴욕시교육청 등 교육기관 등을 돌며 교육시설과 공무원교육 프로그램 운영 실태, 복지교육정책, 급식제도 등을 살펴본다.
그러나 교육위도 관광성격인 뉴욕시립도서관, 워싱턴 자연사박물관, 백악관, 국회의사당, 워싱턴 국립도서관 등 관광코스를 끼워 넣었다.
이처럼 충남도의회의 외유성 연수 논란과 관련, 연수 뒤 개인별 보고서 발간, 보고회 개최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나날이 느는 충남도의 지방채가 지역사회 쟁점이 되고 있음에도 도의원들이 무더기로 해외나들이에 나선 건 너무한 일”이라며 “도의회에 젊고 새로운 얼굴들이 많아 참신한 모습을 기대했다. 이번 행태를 보면 과거와 별 차이가 없다. 해외연수에 대해 보고서작성 및 공개, 전문가 검증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충남도의회 사무처 직원은 “의원임기(4년) 중 쓸 수 있는 의원 해외연수비 한도에서 계획한 것으로 안다. 도의원의 연간 해외연수 여비규정 안에서 집행된 해외연수이므로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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