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맞대응 광고 자제...현대그룹도 추가 광고 계획 없어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맞불이냐 무대응이냐?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든 현대차가 광고 전략을 놓고 좌고우면 중이다. 현대그룹이 지난 4일 현대차의 현대건설 인수 시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신문 광고를 게재한 데 대해 맞불을 자제하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4일 긴박했던 상황에서도 현대차가 처한 고민의 일단이 드러났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그룹 광고가 나간 날(4일) 우리도 몇 가지 광고 전략을 고심했지만 결국 포기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의 광고대행사인 이노션은 이날 서너 가지 광고 시안을 현대차에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현대차는 자동차에 집중하라'는 현대그룹 광고에 맞대응하는 내용과 현대차와 현대건설간 시너지를 강조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측은 "현대그룹이 광고전을 펼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노션측과 광고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하지만 대응하지 마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노션의 광고 시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채 현대차 경영진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노션의 광고 시안 중 어떤 것을 택할지는 알 수 없다"면서 "광고 게재 시점도 현재로선 짐작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노션측도 "현대차에 광고 시안을 제안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아직은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현대차가 맞대응을 자제하는 이유는 인수전이 집안싸움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이번 인수전이 이전투구로 이어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면서 "맞대응하기보다는 현대건설 인수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전략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광고전의 방아쇠를 당긴 현대그룹도 숨고르기에 돌입했다. 일련의 광고로 여론전에서 우위를 확보했다고 판단하면서도 감정에 호소하는데 대한 비판적 시각을 의식하는 눈치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당장 새로운 광고를 추가할 계획은 없다"며 휴전을 예고했다.
일각에선 지난 4일 오후 정몽구 회장 자택에서 열린 정 회장의 부인 故 이정화 여사의 1주기 제사에서 과열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전달됐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현대그룹의 광고대행사인 ISMG측은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철저히 준비가 돼 있다"면서 "그룹에서 안팎의 상황을 보고 결정하면 그에 따라 광고를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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