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정리 필요 "차라리 잘됐다"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상조업체 Y사의 영업사원 김모씨는 최근 억울한 일을 겪었다. 고객이 "요즘 납입금 횡령하는 상조회사가 많다는데 Y사는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느냐"며 따져 물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례는 극히 일부"라고 말했지만 고객은 쉽사리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김씨는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며 하소연했다.
김씨의 호소가 이뤄지려 한다. 오는 18일 상조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할부거래법이 시행된다. 기존에 무풍지대였던 상조업계에 각종 제재조치가 가해질 예정이다. 불안에 떨 만도 한데 대부분 상조업체들은 "차라리 잘됐다"는 표정이다.
15일 만난 정영호 예다함 과장은 "관련법 개정을 환영한다"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정 과장은 "최근 불미스런 사태로 인해 상조업은 영세하고 낙후하고 비리가 많은 곳으로 인식돼 버렸다"며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회사들을 내보이기 위해서는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지적처럼 상조업계는 최근 각종 비리로 얼룩져 있다. 업계1위 보람상조는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현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울산에 본사를 둔 한라상조도 횡령 혐의로 대표가 구속됐다. 지난 10년새 업체 수가 10배 넘게 늘어나며 승승장구했지만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똬리를 틀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현 상조업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조업체는 ▲사업자 정보 및 법 위반 사실 공개 ▲자본금 3억원 이상 회사만 영업 가능 ▲선수금 50% 보전 등의 규제를 받게 된다. 당장 17일까지 업체들은 금융기관 예치, 지급보증, 보증보험, 공제 등을 통해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선수금 보전을 위해서다.
업계는 정 과장의 발언처럼 개정안 시행이 변환점이 되길 기대하는 눈치다. 송장우 한국상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여러가지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며 사회적 불신을 많이 받은 게 사실"이라며 "대대적으로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법 제정을 통해 규제를 하는 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너무 업계 피해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닐까. 송 이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조합 운영을 하며 업체를 만나 보니 대부분 예치나 공제 쪽으로 준비하고 있더군요. 많게 잡아도 피해업체는 전체의 20%를 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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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지각변동은 있겠지만 업계 자정이라는 순기능을 고려해 봤을 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흔히 상조사가 부실하다고 말하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며 "중견급 상조업체 80~90%는 깨끗하다"고 강조했다.
송 이사장은 현재 상조업계가 겪는 고난을 과도기라고 표현했다. 그는 "신협이나 저축은행도 초기에는 모두 과도기를 겪었지만 그것을 넘기며 제2금융권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상조업계도 한 번쯤은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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