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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컨퍼런스서 각국 석학들 한국 경제 '극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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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상욱 기자] 세계적인 석학들이 한국의 경제 발전 상황을 높게 평가하고 한국의 효율적인 수출 주도 정책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특히 지난 60년간 한국 경제가 세계사에서도 유례 없는 성장세를 기록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가 일치된 의견을 내놨다.


'한국경제60년사 편찬위원회'가 주최하고 기획재정부가 후원하는 '한국경제60년사 국제컨퍼런스'가 3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됐다. 이날 개막식에서는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의 환영사와 사공일 편찬위원회 위원장의 기조연설이 진행됐다.

현 원장은 환영사를 통해서 "지난 60년간 한국의 경제는 전례 없이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며 "이는 무엇보다도 유연하고 시장친화적인 정책의 추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사공 위원장은 기조연설에서 "한국경제의 성장 중심에는 시장의 원리를 중시하는 정부의 역할이 존재했음을 강조하고 이 역할이 올바로 수행됐을 때는 경제가 활성화되고, 반대의 경우에는 경제적 위기가 초래됐다"면서 "'한국경제 60년사' 편찬 작업이 우리의 성장과 발전과정을 총정리하고 집대성하는 데에도 큰 의미가 있지만, 한국의 정책담당자들은 물론 다른 개발도상국가들의 정책담당자들이 한국의 성공사례 뿐만 아니라 실패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공유, 정책수립에 도움이 되는 뜻 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막식에 이어 정창영 연세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한국경제발전과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한국경제성장의 개관'이란 주제로 제1세션이 진행됐다.


첫번째 발표를 맡은 현오석 원장은 '한국의 경제성장과 정부의 역할'이란 주제의 발표를 통해서 한국경제가 지난 60년간 세계에서 보기 드문 성장을 일궈낼 수 있었던 일차적인 요인을 정부의 주도하에 이뤄진 물적자본, 인적자본, 그리고 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서 찾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현재 한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인구구조변화로 인한 성장률 변화, 고용률 정체, 소득분배 악화 등 다양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을 재점검하고 필요한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앤 크루거 존스홉킨스 대학교 교수는 '한국경제의 기적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가'라는 주제 발표에서 1950년대 폐허에 가까웠던 한국경제가 오늘날의 번영을 누리기까지의 과정을 시대순으로 정리했다.


앤 크루거 교수는 시장 지향성, 적절한 정부개입, 그리고 행운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 무엇보다 정책입안자들의 신속하고 적절한 정책 도입과 실행을 한국경제성장의 가장 큰 성공요인으로 파악했다.


앤 크루거 교수는 "그러나 정부의 개입이 권위주의적 정부의 역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역사적으로 민주적이고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 경제적 성과가 좋았음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제 발표에 이어 마커스 놀랜드 박사(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유키코 후카가와 교수(와세다대학교), 김광석 명예교수(경희대학교)가 발표자들과 토론을 진행했다.

마커스 놀랜드 박사는 "지난 반세기 경제성장의 대표적인 모델로 한국을 꼽을 수 있고 이는 한국의 정치적 발전과 떼어놓을 수 없으며 한국의 제도 역시 경제 수준에 걸맞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수렴하고 있다"면서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시급한 문제는 서비스 생산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키코 후카가와 교수는 "경제성공을 위한 지도자들의 헌신적 노력, 실용주의, 중화학 공업 위주의 정책 등 이 한국경제 성공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며 "한국은 다양한 제도를 개선하고 개혁하는데 초점을 맞춰왔고 이 부분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현재 한국 사회는 노령화에 대비한 시스템 혁신, 노동수요의 다변화에 대비한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앤 크루거 교수는 "어느 국가에서나 경제 정책 실행에 있어 성공과 실패는 반복되기 마련이지만 한국이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일부 실수에서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의 큰 흐름에서 성공을 이어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진 제2세션은 '산업성장과 국제경제관계' 주제에 대해 송희연 아시아개발연구원 원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송병준 산업연구원 원장은 '한국의 산업발전과 기업가정신' 제하의 주제발표를 통해 1950년대 이후 시대별로 산업 발전과 그에 따른 기업가들의 역할에 대해 정리했다.

송 원장은 "한국의 기적적인 경제발전 뒤에는 시장경제의 원칙을 존중하면서 산업발전을 주도한 정부 뿐 아니라, 신사업에 투자하고 신시장을 개척하며 신기술 개발에 매진한 기업가들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한국의 60년간의 국제무역 및 투자정책'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지난 60년간 대외경제의 성과와 향후 대외정책을 중심으로 한국경제 60년사의 정책과 성과를 대외개방의 관점에서 평가했다.


특히 한국경제의 성공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개방정책을 추진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근로자와 기업들의 노력의 성과물임을 강조했으며 또 개도국의 무역에 우호적이었던 GATT, WTO 등 세계 무역환경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임을 역설했다.

발표에 이어서 데이비드 어드레치 교수(인디애나대학교), 제프 뉴젠트 교수(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박태호 원장(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이 토론을 진행했다.


데이비드 어드레치 교수는 "한국은 OECD 평균에 비해 GDP 대비 연구개발(R&D) 비율이 높은 수준이며 높은 기술 수준과 교육 수준이 경제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제프 뉴젠트 교수는 "정부의 주도로 경공업 중심의 산업에서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성공적으로 전환을 이뤄냈으며 이러한 변경과정에서 서비스산업이 완충지대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특히 교역이 매우 활발하고 대미 수출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특성을 지녔으며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소비자 복지, 산업구조조정에 대한 보상, 대외경제 관계의 다변화 등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한-EU간 FTA 를 확정해야 하고 중국, 일본과의 FTA를 추진해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3자(한·중·일) FTA를 도입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세션2가 끝나고 주요 참석자들이 모두 배석한 오찬에서 주최자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적적인 성공을 이뤄낸 한국경제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특징은 상황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역동성"이라고 밝히고 향후 정책방향에 대해서 ▲향후 안정적인 거시정책기조 관리 ▲시민의 체감경기 개선 ▲서비스 산업 선진화를 위한 노력 지속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대응과 함께 성장잠재력의 확충이라는 네가지를 제시했다.


오찬에 이어 열린 제 3세션은 '국토개발과 사회개발'을 주제로 연하청 명지대학교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한국국토개발 60년: 정책과 성과'란 주제로 첫 번째 발표를 맡은 박양호 국토연구원 원장은 국토개발, 교통과 물류, 해양, 환경 부문에서 발전해 온 과정을 정리하고 농업국가에서 산업국가로 바꾼 국토개조의 60년 대장정을 '상전벽해'에 비유했다.


박 원장은 "지난 60년간 한국은 농업국가에서 산업국가로, 교통과 물류체계의 비약적 발전, 해양개발 및 해양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확대 등의 변화가 이루어졌다"면서 "또 이러한 국토개발 방향이 이제는 전 지구적 관심사인 환경보호와 성장을 함께 이루는 녹색성장에 대한 국민적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은 '한국 복지 60년사: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한국경제의 발전은 사회, 보건, 복지의 발전이 병행되었기에 가능했음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한국경제 발전의 기저(基底)에는 풍부하면서도 높은 교육수준과 보건의료수준의 향상에 기초한 양질의 노동력, 여성의 적극적 참여 등이 크게 기여했다"며 "그러나 급격한 경제발전은 비하여 사회정책의 발전지체가 존재함에 따라 갈등증폭과 국가발전의 장애요인으로 대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원장은 "지속적 경제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경제수준에 걸맞은 사회정책 분야의 발전이 뒤따라야 하며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통해 경제발전과 사회통합을 동시에 이룩하면서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발표에 이어서 다카시 오니시 교수(동경대학교), 헤르빅 이머폴 박사(OECD 고용노동사회국), 권원용 교수(서울시립대학교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다카시 오니시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국토개발 정책을 비교해 본 결과, 한국의 경우 수도권 집중의 문제가 발생했고 일본의 경우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소득격차가 심화됐으므로 미래지향적 국토개발전략은 지역의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지역개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헤르빅 이머폴 박사는 "고령화와 저출산의 진행, 노동시장의 경직성, 낮은 여성의 노동참여율의 문제가 존재함으로 가사·근로 병행 등의 여성노동력에 대한 불평등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권원용 교수는 국토개발이 경제발전에 이바지 했으나 지역불균형 문제 등도 발생시키고 있으므로 심도 있는 부문별 정책에 대한 영향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권 교수는 "주요산업정책 및 국가 경쟁력 제고, 지역개발정책을 시행하면서 환경을 고려해야 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 중앙과 지방세간의 세원교환을 통한 세제 합리화도 검토할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앤 크루거 교수가 사회를 맡은 패널 토론에서는 총 6회의 발표와 3회의 토론에서 다루었던 다양한 주제들을 주요 연사들이 정리하고 일반 참가자들과 함께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마커스 놀랜드 박사는 "기술진보로 인해 단순노동에 대한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소득격차가 확대되고 있고 분배악화는 세계적인 현상으로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남북문제에 있어서는 통일에 대비하기 위한 재정건전성 확보 등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데이비드 어드레치 교수는 "인구의 다양성이 보장돼야만 지식 흡수 능력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 "다양성은 매우 수용하기 힘든 과제이지만 생산성 증대만으로는 인구 대책에 근본적인 해답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이민 정책도 노동 정책의 감소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다문화 사회를 위한 제도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제프 뉴젠트 교수는 "한국의 경제성장은 높은 교육수준에서 비롯된 바가 크지만 교육의 획일화도 하나의 문제가 되고 있다"며 "또 한국은 다른 분야에 비해 서비스 분야에서 다양한 교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카시 오니시 교수는 "무엇보다 인구와 경제활동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문제 해결 필요하다"면서 "도시별로 다양하게 기능을 분산시키고 도시를 지역별로 몇 개 단위로 분류해서 도시들이 총체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도시군으로 발전시켜 서울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헤르빅 이머폴 박사는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이는 것이 향후 20년간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센티브제도를 통한 출산 장려 정책은 성공적이지 못한데, 출산의 시기를 앞당길 수는 있지만 효과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어 어떠한 걸림돌이 출산을 막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헤르빅 이머폴 박사는 "여성 취업률이 높으면 저출산율을 보이는 게 일반적인 의견인데 이런 관계가 많이 바뀌어서 취업률이 높으면 저출산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OECD 국가들에서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는 가정 친화적인 정책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현오석 원장은 "한국경제는 1980년대 이후 농산물과 서비스 시장의 개방을 추진해왔지만 아직 큰 성과가 없다"며 "향후 진행되는 FTA 등을 계기로 이를 활발하게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현 원장은 폐회사를 통해서 "오늘 이 자리는 우리경제의 성장과 발전과정을 정리하고 또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데 정말 유익했다"며 "또 한국의 성공사례뿐 아니라 실패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함께 공유, 개발도상에 있는 많은 국가들의 정책수립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상욱 기자 o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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