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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에서 시작해 오서에서 끝난 '3일간의 결별 공방'


[아시아경제 조범자 기자]오서에서 시작해 오서에서 끝났다.


브라이언 오서(49) 코치가 터트린 김연아(20·고려대)와 '결별 폭탄'이 스스로 자초한 도넘은 행동으로 빠르게 진정되는 분위기다. 오서의 입에서 시작돼 오서의 입으로 끝난 3일간의 '진실게임' 공방을 살펴본다.

▲발단 - 오서 "갑작스런 결별 통보..이유도 몰라"


오서는 지난 24일(한국시간) 자신의 에이전시인 IMG를 통해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2일 김연아의 어머니이자 김연아 매니지먼트사 올댓스포츠의 대표이사인 박미희씨에게 갑작스럽게 결별통보를 받았고 이유도 뭔지 모르겠다"고 밝혀 파문의 불씨를 던졌다.

그러자 올댓스포츠는 "헤어진 건 맞지만 오서가 먼저 김연아 코치직을 더이상 맡을 수 없다고 말해왔다"는 상반된 입장을 냈다.


오서는 국내외 매체들과 "박미희 씨가 전적으로 내린 결정이고 연아는 이를 잘 알지도 못한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잇따라 했고 심지어 자신의 주급까지 적나라하게 밝히며 "돈 때문은 아니다"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전개 - 김연아 "거짓말 그만하시죠, B"


이에 김연아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거짓말을 그만두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미니홈피를 통해서는 "당연히 엄마와 나, 회사 모두가 함께 논의한 것이다. 나는 더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다. 4년 간 정말 아무 일도 없이 즐겁게만 훈련했을까요?"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의 장문의 글을 남겼다.


오서 코치를 향한 김연아의 뜻밖의, 그리고 매우 강도높은 비난이 이어지면서 팬들은 격앙됐다. 누가 옳은가를 놓고 갑론을박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올댓스포츠는 사태가 진정되기만을 바라며 아무런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오서가 도를 넘은 행동을 했고 마침내 올댓스포츠는 "회사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밝히기에 이르렀다.


▲절정 - 오서 "연아 새 시즌 프리곡은 아리랑"


오서는 26일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김연아의 새 시즌 프리스케이팅 곡은 한국 전통민요의 편집곡들로 구성됐고 '아리랑'을 피처링했다. 쇼트프로그램도 9월 첫째주엔 완성될 것이다"고 공개했다.


물론 김연아 측과 한마디 상의없이 한 독단적인 공개이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은 새 프로그램에 대한 모든 것에 매우 민감하다. 안무는 물론이고 배경음악도 끝까지 감춘 채 MP3에 넣고 이어폰으로 들으며 자신의 몸을 그 음악에 익게 만든다.


하지만 오서는 오랜 선수생활과 코치 경험으로 이를 알고 있음에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극비사항을 유출했다. 실수이든, 의도적이든 피겨계에선 그의 행동을 매우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비난한다.


이에 올댓스포츠는 보도자료를 내고 오서를 향해 더이상의 비방과 폭로를 중단하라며 더 이상 기밀을 유출할 경우 회사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선언한다. "오서가 이 내용을 언론에 밝힐 줄은 몰랐다. 전혀 얘기가 없었다"며 당황스러워 한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의 멘트도 넣었다.


비난이 극에 다다르자 오서는 앞으로 변호사를 통해서만 입장을 내겠다며 인터뷰를 전면 중단했다. 지난 24일 오서의 폭탄 발언으로 시작된 양측의 진실공방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결말(?) - 남은 건 상처 뿐..4년 믿음 '산산조각'


냉정하게 바라봤을 때 김연아와 오서 코치의 결별은 언제든, 어떤 이유에서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다만 시니어 데뷔 때부터 4년 간 김연아의 성장과 발전을 함께 했고 마침내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최고의 열매를 나눈 그들이었기에 국내 팬들로서는 다소 놀랍고 아쉬운 정도였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피겨스케이팅 선수와 코치의 결별이 이토록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올 정도는 아니다.


시카고 트리뷴지의 필립 허시 피겨 전문기자도 "선수-코치의 결별은 사소하고, 흔한 일이다"며 "결별사실이 화제가 된 것은 미셸 콴(미국)이 지난 2002년 동계올림픽 직전 10년간 함께 한 프랭크 캐롤 코치와 헤어졌을 때 뿐이었다"며 의아해 했다.


허시 기자는 27일 "지금도 토론토 크리켓 빙상장에 김연아와 오서 코치, 윌슨 코치 모두가 함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겨누고 있다"고 냉랭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제 김연아와 오서 사이에는 단 한 줌의 믿음도, 미련도 남지 않은 듯하다. 4년 간 쌓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은 단 사흘만에 산산조각이 났다. 4년 전 "김연아를 행복한 스케이터로 만들어주겠다"던 오서의 다짐도 공허해졌다. 그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 지는 당사자들만이 알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피겨 스타들의 아름답지 못한 이별에 팬들만 씁쓸한 뒷맛을 안게 됐다.

조범자 기자 anju1015@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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