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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폐사업에 ID·보안사업 키울 것”

“코리아 머니 페어, 새 성장산업 보여줄 것”···해외사업 등 먹거리 찾는 경영다각화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아시아초대석] 전용학 한국조폐공사 사장


제2창립 버금가는 개혁···“위기를 기회로”

예산 받지 않고 자체사업만으로 경영수지


“발주처에 의존하는 수주형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수요를 새로 만드는 자립형 사업구조로 바꿔야한다.” “‘글로벌 보안제품시장을 앞서 이끄는 지식창조형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가 제2의 창립에 버금가는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5만원권 화폐발행 후 10만원권 수표와 1만원권 화폐유통이 줄어들며 경영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가 아닌 외부요인에 따른 것이긴 하나 해결방안을 찾아 문제를 하나 둘 풀어나가고 있다. 조폐공사의 주 수입원인 돈을 만들어 한국은행에 납품하는 기존사업으론 ‘위기의 벽’을 뚫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눈을 밖으로 돌리며 먹을거리를 찾고 있다.


2년 전 전용학(58) 사장이 취임하면서 해외 쪽에 관심을 쏟은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올 들어선 더욱 해외시장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리아, 이란,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전자여권과 국가신분증 수출을 꾀하면서 보안산업, 여권사업 등 사업다각화로 위기의 파고를 넘고 있다.


전 사장은 “수주형사업구조란 전통사업 비율을 조금씩 낮춰 2016년쯤엔 매출액 8200억원 중 ID(신분증)분야 50%, 수출 30%, 기타 20%로 사업포트폴리오를 바꿀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출신 공기업 사장으로 취임 후 매스컴에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그의 각오는 어려움을 겪는 조폐공사 현주소를 읽을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취임 2주년을 맞은 전 사장을 대전시 유성구 가정동 한국조폐공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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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올 들어 5만원권 지폐 발행으로 은행권 및 수표 사업량이 줄었다. 자연히 적자가 예상된다. 이런 식으로 가면 경영위기에 놓인다. 따라서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간부직원 워크숍에서 나온 대책들을 차질 없이 시행하고 있다.


이 위기를 뛰어넘기 위해 ID(신분증)사업을 중심으로 한 신 성장 동력사업의 매출 확대와 임금 반납, 연차휴가 사용, 경상비 절감 등 비용절감으로 흑자경영을 이뤄낼 각오다.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꾸준한 성장·발전을 위해 실질적인 연봉제 추진, 비핵심 직무 아웃소싱, 기계인원 축소로 생산인력 효율화 등 체질개선 과제도 적극 추진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업다각화가 조폐공사의 ‘화두’로 보인다.
▲조폐공사가 과거처럼 화폐나 수표 발행 등의 사업에 기대어선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고액권 발행으로 기존사업 감소가 불가피하다.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보안기술을 요구하는 새 사업들이 커지고 있다.


공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새 성장 동력을 찾고 단순한 제조회사에서 벗어나 지식과 창의가 부가가치를 가져다주는 사업구조로 바꿔야한다.


차기 전자주민등록증 사업, 외국인등록증 사업, 해외 ID(신분증)사업을 통해 사업구조를 신 성장 동력 중심으로 바꿀 예정이다. 해외 면펄프사업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사업을 다각화하더라도 조폐사업이 기본일 텐데···.
▲화폐와 관련 있는 연관 산업에도 위·변조 방지기술과 화폐인식기술을 바탕으로 금융자동화기기와 지폐정사기 사업 등에 뛰어들어 공사의 공신력을 활용, 새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뭣보다 공사는 이런 변화를 이겨내고 한 단계 더 발돋움하기 위한 힘을 찾아내고 경영효율화도 꾀해야 한다.


시대흐름에 제 빨리 맞추면서 창의적 조직과 앞서가는 기술력이 절실하다. 임직원들이 하나가 되어 미래로 나아가려는 굳은 마음가짐이 더욱 필요하다. 이를 통해 공사의 2016년 목표는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 생각한다.


-조폐공사가 가장 어려울 때 사장이 됐다. 어떤 일들을 많이 했나.
▲하루하루 바쁘게 보내다보니 2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공기업의 경우 사업영역이 대부분 한정돼 있는데다 각종 정부정책과도 호흡을 같이 해나가야 하므로 경영이 상당히 어렵다.


특히 조폐공사는 정부예산을 전혀 받지 않고 자체사업으로 경영수지를 맞춰가고 있다. 이런 사실을 아는 분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 종이돈으로선 최고액인 5만원권을 위·변조방지장치, 품위 면에서 세계 어느 나라고액권과 견줘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명품으로 만들어낸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


해외시장 개척에도 힘을 쏟았다. 지난해 수출은 2008년보다 35% 늘었다. 3000만 달러 수출탑(기관수상)과 동탑산업훈장을 받은 게 기쁘고 기억에도 남는다.


올해는 성장한계에 이른 내수시장에만 머물지 않겠다. 해외시장개척에 적극 나서 시리아, 이란,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에 전자여권 및 국가신분증 수출을 추진하겠다.


-기관장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안다. 경영철학은.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소통과 섬김’, ‘변화와 개혁’, ‘지속가능 성장’, ‘미래지향’, ‘지식창조’다. 나의 경험과 공사를 둘러싼 환경변화, 국정지표와 연계시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부임하고부터 나눔과 섬김의 리더십으로 뛰고 있다. 공사의 비전?전략달성을 위해 리더, 관리자, 후원자로서 솔선수범하려고 애써왔다. 직원들과도 더 가까이 소통해 공감대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조폐공사의 글로벌경쟁력을 평가한다면 어느 수준인가.
▲공사는 보안제품의 중요한 원자재인 은행권 용지, 잉크를 비롯해 은행권, 주화, 주민등록증, 전자여권 등 첨단보안제품을 자체 생산하는 세계 4대 종합조폐기관 중 한곳이다.


지난해 발행한 5만원권은 최첨단보안요소가 적용됐다. 유로화, 엔화 등에 뒤지지 않는 세계 수준의 명품 은행권으로 나라 안팎의 전문가들이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 보안잉크회사(SICPA사)와 국내?외 관련기업으로부터 기술로열티를 받는 등 세계 최고수준의 위변조방지기술도 갖고 있다.


-‘2010 대충청방문의 해’에 맞춰 준비 중인 10월 ‘코리아 머니 페어’는 어떤 행사며 담긴 뜻은.
▲10월1~3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릴 ‘제1회 코리아 머니 페어(Korea Money Fair)’는 화폐의 문화적 우수성과 예술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펼쳐진다. 화폐전시회행사로 열려 외지인들을 대전으로 불러오고 창립 60주년을 맞는 내년부터는 국제적 행사로 키울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화폐수집분야의 시장규모가 아직까지 미미한 실정이다. 공사는 화폐전시회를 계기로 화폐수집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를 크게 높일 것이다. 기념주화 등 화폐수집인구의 저변을 넓히고 산업영역으로 시장을 키워 궁극적으로 공사의 사업바탕을 튼실히 하겠다.


전시기간 중엔 화폐수집방법, 무료감정, 외국인을 포함한 화폐상들이 참가하는 경매와 현장판매도 한다.


이를 통해 화폐가 지니고 있는 역사성과 문화를 알리면서 화폐시장을 키우는 계기로 삼겠다. 자립형 사업구조 사업에 또 다른 축을 만들어 가는 바탕이 만들어질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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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학 사장, 그는 누구인가?


언론에 좀체 얼굴을 내밀지 않기로 유명
방송기자출신 사장으로 공기업 Ⅱ군 중 최상위권 성적표에도 “묵묵히 일할 뿐”


충남 아산서 태어난 전용학 사장은 언론인 출신 정치인으로 지금은 기업이다.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으나 유신시대에 고시공부를 포기하고 기자가 되기로 맘 먹었다.


MBC에 입사, 정치부 기자를 거쳐 SBS 보도본부 정치·국제부장과 저녁 8시 뉴스 앵커를 거쳐 2000년 16대 총선 때 충남 천안 갑 지역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언론에 몸담았을 땐 주로 정치부 쪽에서 뛰며 정치 감각을 익혔다. 소탈하고 부드러운 성격으로 주변에 적을 만들지 않는 스타일이다.


2001년 민주당 대변인 때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에 대한 ‘저격수’ 역할을 해오다 이완구 의원과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역대 조폐공사 사장 중 가장 어려운 때 사장이 됐다’는 소리를 듣지만 조직을 무리 없이 잘 이끌었다는 평이다. 공기업 평가에서 2009년 우수, 올해엔 양호 평가를 받아 공기업 Ⅱ군 기관장 중 최상위권 성적표를 받았다.


그럼에도 언론에 좀체 얼굴을 내밀지 않기로 유명하다. 묵묵히 일할뿐이란 생각에서다. 언론의 생리를 너무나도 잘 아는 까닭에 자칫 쓸데없는 오해를 불어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모처럼 만난 그에게 ‘사장임기를 마치는 1년 뒤 다시 정치권으로 돌아가겠느냐’고 묻자 그의 답은 매우 신중했다.


“지역과 사회에 봉사하고 더 많이 노력할 책무가 있다는 점은 늘 잊지 않고 제 갈 길에 대해 가족, 지인들과 상의하고 제 자신과의 대화를 계속해 결정하겠다.” 정치권에 은근히 뜻이 있음을 에둘러 내비친 것이다.


<전용학 사장 주요 이력>
▲1952년 충남 아산 출생 ▲천안고, 서울대 법대 졸업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대 객원연구원 ▲자민련 국회의원(2000년 16대 총선, 천안 갑) ▲새천년민주당 홍보위원장, 대변인 ▲한나라당 천안(갑)위원장, 총재특보 ▲이명박 경선후보 충남본부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한국조폐공사 사장(2009년 8월~)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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