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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重, 영도 버리고 수빅에 올인하는 이유는?

수빅조선소 몰아주기로 영도조선소 2년째 수주 전무
신사업, 플랜트 진출 1년째 수주 실적 못내
‘하이-앤-로’ 전략 발목 잡혀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하이-앤-로(High & Low)’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한진중공업이 오히려 이러한 전략에 발목을 잡히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완공한 필리핀 수빅만 조선소 수주 몰아주기에 전념하는 반면 부산 영도 조선소는 2년째 실적이 전무한 실정만으로는 설명이 어렵다는 반응이다.


더 큰 문제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추진해 온 해양 플랜트 사업이 1년여 동안 전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한진중공업이 수빅조선소의 가격경쟁력에만 지나치게 의존한 구시대적 사업 전략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 및 세계조선시황 보고서인 클락슨에 따르면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의 지난달 말 기준 수주잔량은 148만2000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41척, 18위)로 부산 영도 조선소의 70만8000CGT(26척, 48위)보다 2배 많은 차이를 기록했다. 지난 5월말에는 수빅 조선소의 수주잔량 157만2000CGT, 영도 조선소 105만9000CGT였던 점을 놓고 볼 때 두 달여 만에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수빅조선소는 지난해부터 영도조선소 수주 물량중 일부를 넘겨받아 현지 생산물량을 늘렸고, 올 상반기 수주한 21척도 모두 가져가면서 3년치 일감을 확보하면서 주력 조선소로 자리 잡았다.


반면 영도조선소는 지난 2008년 9월 이후 2년이 다되도록 영도 조선소는 단 한건도 수주 실적을 올리지 못하며 조업 물량도 내년 이후에는 사실상 제로가 될 전망이다. 물량이 소진된 후 한진중공업은 영도조선소를 특수선 건조 전용 조선소로 탈바꿈 시킨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해 이후 영도조선소는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으로 인해 노사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한진중공업이 수빅조선소를 통해 수주전에 올인하는 이유는 가격 경쟁력을 들고 있다. 예를 들어 18만t급 벌크선의 경우 수빅조선소는 5500만달러면 건조가 가능하지만 영도조선소는 7000만달러는 돼야 한다는 것. 이는 1인당 인건비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수빅 조선소 인력의 연간 임금은 400만원 수준인데 반해 영도조선소는 6000만원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단순히 금액면에서 인건비의 차이를 비교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일당 2만~3만원을 받는 비숙련 인력 5명이 할 일을 15만원 받는 숙련공 한명이 해낸다고 가정할 경우 부대비용을 계산해 볼 때 과연 회사는 어떤 인력을 선택하겠는가”라며 “영도조선소의 숙련공들이 수빅조선소에 비해 생산성이 높다는 점을 한진중공업측은 간과하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임금 다수의 인력을 투입하는 방식은 중국 등이 추진하고 있다”라면서 “이같은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주력 건조 선박의 성능을 차별화하거나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한진중공업은 이러한 노력이 부진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 올해 수주 물량을 놓고 볼 때 이러한 지적이 틀리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4월 수빅조선소 준공을 계기로 해양플랜트 사업에 적극 뛰어들겠다고 밝혔으나 올 현재까지 수주실적은 전무하다. 중개인(브로커)의 영향력이 강한 상선 수주 경쟁과 달리 해양 플랜트는 대형 석유개발업체 등과 직접 거래하는 만큼 이들 기업과의 친분이 중요한데 한진중공업은 기술력은 떨어지지 않아도 이러한 영업력에서 활로를 뚫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영도조선소의 업그레이드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까지 한진중공업이 새로운 모멘텀을 발굴하지 못할 경우 국내 조선업계 ‘빅4’의 자리를 되찾는 길도 갈수록 멀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한진중공업은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26.5% 감소한 1조8091억원의 매출과 52.3% 급감한 159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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