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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세상'은 어떻게 세계 1등 애니 왕국이 됐을까?


[도쿄(일본)=아시아경제 고재완 기자]'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원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이 애니메이션 중 제목을 하나라도 들어보지 못한 이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들은 모두 일본 '아니메(애니메이션의 일본식 발음)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이다. 물론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들어낸 '스튜디오 지브리(STUDIO GHIBLI)'의 작품들이기도 하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은 일본 국내 뿐 만 한국, 아시아, 미국, 유럽 등 전세계에서 그 작품성과 재미를 인정받은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될 수 있었을까. 지난 19일과 20일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리고 스튜디오 지브리가 만들어낸 세상'이 한국 취재진들에게 공개됐다.

■디지털 세상에도 흔들리지 않는 아날로그적 감성


'스튜디오 지브리'의 대표이사직(職)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스즈키 토시오 씨는 지난 20일 한국 기자단과 만나 "'스튜디오 지브리'가 3D 아니메를 하는 일을 절대 없을 것이다"라고 못 박았다. 모두 3D를 못 만들어 안달이 난 요즘 이 같은 스즈키 프로듀서의 발언은 다소 충격으로 다가왔다.

스즈키 프로듀서는 "지브리는 인간이 수작업으로 해나가는 것이 어디까지 가능할까 해보고 싶다. 3D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3D를 재미있다고 생각하지만 언젠가는 싫증날 것이라고 생각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덧붙여 그는 "지브리는 옛 것을 지킨다는 것이 세일즈 포인트이다. 최근 공개한 '마루 밑 아리에티'(이하 아리에티) 뿐만 아니라 많은 작품들이 사랑을 받는 이유도 옛 것을 지키기 때문이다. 나도 개인적으로 인간이 직접 손으로 그렸다는 것을 은연중에 느끼며 좋아한다. 미야자키 하야오도 이것은 완강하게 고수해 나가고 싶어 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수작업으로 한다는 것은 비용면에서도 굉장히 비효율적인 것이다. 디지털은 기계 하나가 많은 일을 해내지만 수작업 애니메이션은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스튜디오 지브리'는 애니메이션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유지하기 위해 과감히 고비용 구조를 선택했다.

■소박하지만 작지 않은 자부심


일본 도쿄도(都) 교외인 고가네시(市)에 자리잡고 있는 '스튜디오 지브리' 본사는 처음 보면 그 작은 규모에 놀라게 된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라는 것에 어울리지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스튜디오 지브리'는 소규모다. 3층짜리 건물에 그 흔한 엘리베이터도 없다.


'스튜디오 지브리' 해외사업부의 다케다 씨는 기자들에게 "지금의 '스튜디오 지브리'는 새로 입주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물론 고급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 수도 있었지만 기자 여러분들에게 '스튜디오 지브리'만의 따뜻함을 전해드리고 싶어 직접 사무실로 초대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스튜디오 지브리'는 작은 규모이지만 힘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3층에 걸친 사무실에는 책상 앞에 앉은 수많은 애니메이터들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만큼 '스튜디오 지브리'는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일본에서 9월말께 100억 엔(약 1400억 원)의 최단기간 최대 수익 기록이 예상되며 화제를 모으고 국내에서 내달 9일 개봉하는 '아리에티'의 감독 요네바야시 히로마사는 14년째 한 직장에 다니고 있다.


요네바야시 감독은 "14년 동안 이 직장에 다녀서 모든 영향을 지브리에게 받았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림이나 표현이 내 작품에서도 비슷하게 나온다. 의식하고 그리는 것이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나온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디즈니에서는 한사람이 한 캐릭터만 그려낸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애니메이션을 하는데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실제로 디즈니에서 일했던 사람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장면을 모두 그리게 되면 여러 가지 캐릭터를 그릴 수 있고 동기부여도 되고 퀄리티도 더 올릴 수 있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날 스즈키 프로듀서는 편한 셔츠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그는 기자회견 중에도 의자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는 자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였다면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 그는 또 농담처럼 "한국에서 '토이스토리3'는 꼭 이겨야 한다", "'대장금'을 한 편도 빼놓지 않고 다 봤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스튜디오 지브리'만의 자유로움이었다.


스즈키 프로듀서는 "지브리는 신입사원을 뽑는데 남녀, 학력, 국적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그림을 얼마나 잘 그리느냐가 중요하다. 또 신인 애니메이터들은 모두 똑같은 월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철저하게 책임감 있는 자유로움을 추구하며 실력을 키우게 만들어간다는 말이다. 요네바야시 감독은 "스즈키 프로듀서는 신입사원들에게 항상 '당신들이 지브리에 들어온 목적이 무엇인가. 실력을 늘리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여기서 실력을 늘려서 다른 스튜디오에 가더라도 그 실력을 인정 받아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한 편을 만들어도 제대로 만들자


또 하나 '스튜디오 지브리'의 특징은 한 편을 만들어도 부가가치 높은 상품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100억 엔이 넘는 수익이 예상되는 '아리에티'는 현재 일본 도쿄현대미술관에서 '마루 밑 아리에티'전이라는 전시회까지 열리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이 전시회는 이미 지난 15일까지 1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고 지금 현재도 하루 6000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고 있다. '아리에티'전은 관람객들에게 마치 애니메이션 속 소인(小人)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작품 속 장소를 그대로 현실세계에 만들어놔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하는 것.


뿐만 아니라 도쿄 미타카노모리에 위치한 '지브리 미술관'은 도쿄 관광객의 필수 코스가 돼버렸다. 예약제로 운영되며 하루 4번 500명의 관람객만을 입장시키는 '지브리 미술관'은 지금도 예약이 밀려 있을 정도로 인기다.


미술관이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다. 미술관은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애니메이션 소품들로 가득 채워졌다. 하지만 이 가운데 '스튜디오 지브리'를 아이들의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 시켜준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애니메이션 작업을 어떻게 하는지, 어떤 작품들이 인기가 있는지, 어떤 원리로 그림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지를 '재미'와 더불어 보여주니 아이들은 그 안에 빠져버릴 수밖에 없다. 또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만든 13분짜리 단편영화까지 감상할 수 있다.


작품을 애니메이션 하나에만 국한 시킨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아이템으로 만들어내며 수익과 함께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스즈키 프로듀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에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애니메이션에 조언을 해 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본의 애니메이션, 특히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은 일본에서, 일본을 무대로 한, 일본 작품을 만든다. 이 일관성은 꼭 지키려고 한다"며 "한국도 한국 정체성이 확실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그동안 일본을 따라간다는 말은 한국 내에서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스즈키 프로듀서의 입에서 직접 나온 이 말은 한국 애니메이터들에게 뼈아프게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도쿄(일본)=고재완 기자 sta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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