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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이야기] “타이타닉호 덕분에···” 해상안전강화

선박사고가 만들어낸 규제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모든 규제는 사고를 막기 위해 마련되지만 이러한 규제중 대부분이 사고 덕분에 만들어진다는 점은 아이러니 스럽다.

선박에 대한 규제도 마찬가지다. 범 국가적으로 선박 규제가 제정되고 강화되고 있는데, ‘해상인명안전조약’인 SOLAS(정식 명칭, 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Safety of Life at Sea)는 타이타닉호의 비극 덕분에 만들어졌다.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에 이르는 기간은 여객의 해상운송이 절정을 이루는 때였다. 아직 항공기가 출현하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수많은 이민자들이 선박으로 유럽에서 아메리카 및 기타 지역으로 이주했다. 당연히 여객선의 운항횟수도 지금보다 훨씬 더 빈번했으며 이로 인한 대형 해난사고도 자주 발생했다. 이 기간중 영국 국적의 여객선 사고에 의한 인명손실만 하더라도 연간 700~800명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12년 4월 1513명의 생명을 앗아간 타이타닉호의 침몰은 처녀 항해를 나간 뒤 불과 4일 17시간 만에 일어난 대참사였다. 이 사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해상안전확보에 관한 여러가지 문제점이 노출됐고, 이를 계기로 1914년 영국 런던에서 ‘해상에서의 인명안전에 관한 국제회의’가 개최돼 역사상 최초로 SOLAS 협약이 채택됐다.


◆SOLAS가 만들어진 배경은?= 사고를 당한 타이타닉호에는 선내 방송 설비가 없어 승객에게 상황 전달이 지연됐으며, 침몰 후에는 물 위에 떠있던 많은 사람들과 구명정에 탄 사람들 일부가 추위에 동사했다. 또 사고 지점 가까이 있던 선박의 통신사는 휴식 중이라 조난 신호를 접수하지 못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 SOLAS에서는 모든 선박에 선내 방송설비를 갖추고, 정해진 수량의 방수복을 비치토록 하는 한편 구명정은 전체 혹은 부분적으로 밀폐된 공간을 갖도록 했다. 해상의 모든 선박은 24시간 조난 감시 상태를 유지하도록 규정했으며, 미끄럼식 비상탈출 장치, 탈출 및 화재 훈련 등에 대한 규정 등도 의무화했다.


지금으로서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당시만 해도 인명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마련되지 않았던 것이다. 큰 사고에서 얻은 교훈이었지만 이후 SOLAS는 선박 기술의 발전에 맞춰 개정돼 국제 선박 안전 규제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타이타닉호는 세계 공통 구조 요청 신호인 ‘SOS’를 처음 사용한 선박이기도 하다. 흔히 SOS를 ‘Save Our Ship, Save Our Souls’등의 머리글자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원래 그런 의미는 아니다.


예전의 무선통신방법은 점(.)과 선(-)을 조합해 만든 모르스 부호를 이용한 것이었다. SOS는 그 부호 중에서 가장 간결하고 판별하기 쉬운 알파벳인 점 3개의 ‘S(…)’와 선 3개의‘O(- - -)’로 이뤄진 신호다. 긴급한 상황에서 일반인도 쉽게 모르스 부호를 날릴 수 있도록 가장 쉬운 신호로 만든게 바로 SOS 였던 것이다.


1906년 제11회 국제 무선전신회의 때 비상구난 신호로 채택된 SOS는 1912년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 때 처음 사용되면서 대중에게까지 널리 알려졌다. 이후 1952년 국제전기통신조약에 의해 세계 공통 조난 신호로 규정됐고, 최근에는 무선전신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조난신호로도 사용되고 있다.



◆해상오염방지조약 ‘MARPOL 73/78’= 선박관련 국제협약 중에는 ‘MARPOL’이라는 ‘해상오염방지협약’이 있다. 이 협약 이전에는 적은 양의 기름 유출은 허용하는 ‘OILPOL 54’라는 해상오염방지협약이 있었다. 그러나 유조선 대형화, 물동량 증가, 세계 환경에 대한 관심 증가로 1973년 국제해사기구(IMO)는 새로운 협약을 채택하는데, 이것이 바로 MARPOL이다. 밸러스트 탱크와 화물창의 분리, 다양한 오염방지 내용을 담은 이 협약은 1973년도의 것이 1978년에 보완, 강화돼 ‘MARPOL 73/78’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채택 한 달 뒤 프랑스 연안에서 아모코 카디즈(Amoco Cadiz)호의 좌초로 22만3000t의 원유가 유출돼 130개가 넘는 해변이 30cm 이상 두께의 원유로 오염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많은 나라들이 MARPOL 73/78을 빠르게 비준해 1983년에 발효하게 됐다.


◆단일선체 유조선 연내 퇴출= MARPOL 73/78은 지속적으로 개정돼 왔는데 그중 유조선의 이중선체를 의무화시킨 계기가 엑손 발데즈호 사건이다.


초기 유조선은 건조가격을 낮추기 위해 선체 외곽을 이루는 외판을 한겹으로만 제작하는 단일선체 선박이 많았다. 하지만 단일선체 선박은 그만큼 외부 충격에 약할 수 밖에 없어 사고 위험성이 컸으며, 엑슨 발데즈호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1989년 엑손 발데즈호가 미국 알래스카 연안에서 좌초돼 운송 중이던 20만t 원유의 5분의 1을 유출한 사고를 계기로 MARPOL에 이중선체를 포함하는 개정안이 1992년 채택됐다. 이후 1999년 에리카호가 프랑스 연안에서 두동강이 나 1만4000t의 기름을 유출해 대서양 연안을 심각하게 오염시켰다. 이 사고를 계기로 2005년 IMO는 운항중인 단일선체 유조선을 2010년 이후에 모두 퇴출하도록 개정했다.


영국선박브로커 깁슨(Gibson) 통계에 따르면, 이달 중국에서 2척의 초대형 유조선(VLCC)가 벌크선으로 개조하는 작업에 돌입함에 따라 현재 전세계에 남아있는 단일선체 VLCC는 전체 VLCC 선복량의 10%수준인 53척으로 집계됐다. 남아있는 53척의 단일선체 VLCC 중 33척만이 오일을 실어나르고 있으며, 이 중 9척은 말레이시아 해역 근처에서 스토리지(원유저장)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외에 단일선체 수에즈막스 유조선도 퇴출이 가속화되며 현재 남은 선박은 전체의 5%에 해당하는 20여척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채명석 기자 oricms@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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