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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원빈이 부지런해졌다. 작품 사이의 간격이 줄어들었다는 뜻이지 배우로서 게으른 삶을 살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나의 작품에 출연한 뒤 4~5년의 공백기간을 가졌던 것과 달리 봉준호 감독의 '마더' 이후 1년 만에 다시 팬들에게 돌아왔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왜 이렇게 오래 쉬었냐고 물어보세요. 제 딴에는 '마더' 이후 쉬지 않고 곧바로 '아저씨' 출연을 결정한 건데 말이죠. 그렇다고 특별히 조바심을 느꼈던 건 아닙니다. 배우로서 많은 작품을 출연하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는 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 "시나리오 보자마자 심장이 뛰었죠"
'마더'의 어수룩한 시골청년 도준 역으로 지난해 관객과 만났던 원빈은 8월 4일 개봉하는 영화 '아저씨'에서 세상을 등진 채 살아가는 전직 특수요원 차태식 역을 맡아 거칠고 강한 남자로 변신해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극중 태식은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지냈던 옆집 소녀가 납치되자 범죄조직과 맞서 싸우며 강한 남성성을 드러낸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심장이 뛰어서 단숨에 결정하게 됐습니다. 제가 결정하는 대부분의 작품이 그랬어요. 마음이 움직여야만 연기를 할 수 있잖아요. 그런 작품이 따로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성향이나 취향이 있겠죠."
원빈이 '아저씨'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이 영화를 연출한 이정범 감독의 전작 '열혈남아'가 지니고 있는 '사람이야기'에 끌려서였다. 두 사람 사이의 아이러니한 관계, 서로 어울리지도 않고 뭔가 이뤄질 수 없는 것 같지만 묘한 지점에서 소통하는 것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는 두 영화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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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액션의 측면이 강하다고 할 수 있지만 아이와 남자가 따뜻하게 교감하는 부분 역시 중요합니다. 그 속에서 사람 냄새가 난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영화 '레옹'을 언급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아이와 남자라는 인물 설정 외에 내용은 무척 다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마더'는 내 연기 인생의 전환점"
원빈은 '마더'를 자신의 연기 인생에 있어서 "전환점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연기에 대한 열정이 더욱 커졌던 것은 분명하다. 한 작품을 끝내고 곧바로 다음 작품을 결정해 연기 활동을 이어간 것도 그에겐 드문 일이었다.
"예전보다는 더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예전에는 그런 여유가 없었어요. 이젠 더 욕심 내서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장르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아저씨'를 선택했던 것 같아요."
원빈에게는 '로맨틱 가이'의 이미지가 깊이 남아 있다. 아마도 '가을동화'를 포함한 몇 편의 드라마나 CF에 나오는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가을동화' 이후 멜로 연기를 피해왔다는 그는 30대에 접어들며 이전과는 다른 멜로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단다. 평소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 때문인지 베드신은 아직 자신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원빈은 연예계 경력이 비슷한 또래 배우들 중에서도 말수가 무척 적은 편이다. 20대에 비해 30대에는 많이 여유로워졌지만 여전히 연예인으로서의 삶이나 연기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며 "앞으로 좀더 여유로워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영화 속 원빈은 거칠고 강렬한 '아저씨'지만, 스크린 밖의 원빈은 수줍음을 숨기지 못하는 '한없이 소년에 가까운 아저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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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석 기자 kave@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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