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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레터] 기업과 진화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4.5억년 전부터 지구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생물종이 폭발적으로 생겨납니다. '캄브리아기 폭발'이라고 불리는 시기입니다. 폭발 뒤에는 멸종이 따랐습니다. 캄브리아기의 문을 닫을 무렵 살아남은 개체는 전체의 5%에 불과했습니다.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이를 근거로 생물의 진화는 우연한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대멸종 시기에 척색동물(원시 척추동물)이 살아남지 않았다면 오늘날 척추동물의 진화도 없었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랬다면 우리 인간도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즉 '우연히' 척색동물이 살아남아 인간까지 진화한 것 아니냐는 말입니다.

수 억년 전 폭발과 멸종을 중소기업 현장에서 느끼곤 합니다. 불과 몇 해전 유망기업으로 소개된 곳에 연락해 보니 상장폐지됐다거나 폐업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더욱 그러합니다. 전국 산업단지 및 지역 구석구석에 얼마나 많은 중소기업이 있는지 모릅니다. 확실한 것은 그 수많은 중소기업 중 발전을 거듭해 중견기업으로, 또 대기업으로 진화하는 업체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겁니다. 굴드 식으로 표현하자면 우연한 결과일까요.


최근 방문한 부산 소재 기업 태웅은 특수강 단조품 전문업체입니다. 1981년 설립된 후 지난해 매출액 5000억원을 넘기는 등 중견기업의 면모를 완연히 갖췄습니다. 태웅 공장 안에서 땀 흘리며 작업 중이던 근로자들을 보며 저는 中企-중견-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진화의 고리는 우연이 아닌, 땀의 결실임을 새삼 느꼈습니다. 굴드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제가 속한 이 곳에서만은 당신이 틀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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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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