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솔 기자]전날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팔자에 나서면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종가기준 1684.71포인트까지 떨어지며 한달만에 1700선을 내줬다.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데다 그리스 긴축정책과 구제금융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투심이 악화됐다. 외국인은 지난 2008년 6월12일 이후 최대 규모인 7400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이처럼 국내 증시가 대외 악재에 민감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간밤 뉴욕증시는 장중 1000포인트 가까이 폭락, 유럽발 충격을 확산시켰다.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최대 낙폭이다.
7일 증시 전문가들은 유럽발 위기로 단기 변동성은 높아졌지만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각국의 출구전략 시행이 늦춰지고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주식시장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 투자자들은 그리스에서 시작한 유럽 사태에 대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기 시작했다. 유로화 추락은 유럽의 극단적 상황을 극명하게 표현한다. 유로화가 리먼 파산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는 사실은 그리스발 위기가 이전과 달리 유럽 차원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로 인식할 만하다.
사실 그리스 위기가 주변국으로 확산되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위험국으로 지목된 국가들의 펀더멘털이 좋지 않고 유럽의 컨트롤 타워 부재 문제도 심각하다. 독일은 지방선거를, 영국은 총선을 앞두고 있다.
유럽과 연결된 미국과 중국 경제가 회복 노선에서 이탈하느냐 여부가 중요한데 역내 교역 의존도가 높은 유럽의 특성과 미국과 중국의 경기회복 동력을 감안할 때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글로벌 경기회복 기조는 유효할 것으로 전망한다. 오히려 유럽 위기는 출구전략 추진이 후퇴하는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출구전략 지연과 함께 유럽 위험이 완화되는 시점을 기점으로 한국 증시는 유동성 랠리를 보일 것이다. 저금리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주식과 대체 관계에 있는 경쟁자산의 기대수익률이 현저하게 하락하고 있어 유럽 위험과 같은 외적 충격으로 주가가 1600선대에서 조정 받을 때가 주식 중심 자산배분 전략을 구축하기에 좋은 시기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그리스로부터 시작된 재정적자 위기가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몸살을 앓고 있다. 환율 시장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남유럽 재정적자 위기가 새로운 이슈가 아닌데도 외국인 이탈을 불러온 배경은 유럽경제에서 4번째로 규모가 큰 스페인의 위기설이 나돈데다 이미 합의된 그리스 지원안이 각국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정치적 변수가 작용한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스 지원을 위한 유럽 각국의 의회 결의가 순차적으로 진향될 예정여서 주 후반으로 갈수록 정치적 불확실성은 완화되고 이에 따라 지수 반등을 모색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위기로 인해 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저가 매수 기회를 엿보던 시중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시장이 받을 충격은 악재의 무게보다 덜할 것으로 전망한다. 우선적으로 국내외 미국증시에서 60일 이동평균선 지지여부를 우선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와 IT종목 등 기존 주도 종목에 대한 저가 분할 매수 기회로 삼는 게 바람직한 대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중호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 글로벌 증시의 급락세로 코스피의 변동성도 크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유럽발 리스크와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의 진통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추가적인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시점에서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난해 9월 이후 기업이익에 따른 업종 및 종목별 차별화 장세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도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중요성을 더해주는 요인이다. 과도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보다는 디스카운트를 받고 있는 업종이나 종목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더 높을 시점이다.
단기 실적모멘텀(2분기 실적증가율)에 비중을 높게 두고 종목을 선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경기회복기에서 확장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인데다 세계 증시 변동성 확대 등 주변환경 변화로 인해 장기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높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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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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