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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악기 名家, 아날로그 VS 디지털

삼익, 美·獨 명품 피아노업체 잇단 인수
영창, 100만원대 디지털제품 생산 주력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1억원대 그랜드피아노 vs 100만원대 디지털피아노'

국내 대표적인 악기명가 삼익악기와 영창악기. 양사는 한국 악기산업의 대표주자로 경쟁하다, 외환위기 이후 주인이 바뀌는 닮은 꼴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경영전략 면에선 각기 다른 길을 선택했다.


삼익악기는 고급형 피아노에, 영창악기는 저가형 디지털피아노를 주력사업으로 정했다. 같은 듯 다른 운명의 양사가 펼치는 새로운 진검승부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익악기는 최근 스타인웨이사(社)를 인수하고 고가 피아노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1853년 설립된 스타인웨이는 수억원을 호가하는 명품 피아노를 생산하는 미국 업체다. 이로써 삼익악기는 기술개발이나 원자재 공급 등에서 상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어, 세계 음악 산업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당초 해외 브랜드 인수에 부정적이었던 시각이 많았지만, 김종섭 회장은 특유의 저돌적이고 전략적인 경영 스타일로 이를 정면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002년과 2008년 독일 명품 악기 브랜드 벡스타인과 자일러를 성공적으로 인수한 경험도 바탕이 됐다.


김 회장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전통 피아노 분야 공략을 계획하는 동안, 맞수 영창악기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M&A가 돌파구라는 건 동일하지만 분야가 다르다.


서창환 대표는 새롭게 떠오르는 디지털피아노에 사업 초점을 맞췄다. 1990년 인수한 디지털피아노 브랜드 커즈와일과 기술제휴를 통해 다양한 제품을 확보하고 해외 디지털피아노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24일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고 있는 음악산업 전시회 '뮤직메쎄'에 대규모 부스를 마련했다. 음색은 물론 디자인을 강화한 디지털피아노 CUP-1을 비롯, 신디사이저 주력 제품 PC3LE 시리즈 등을 전시, 해외 바이어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뮤직메쎄는 지난해에만 8만여명의 방문객이 찾을 정도로 최대 규모의 음악산업전시회다. 영창악기 입장에선 유럽 시장 진출에 긍정적 신호탄을 쏜 셈이다. 서 대표는 "이번 전시회를 유럽시장을 확대하는 기회로 활용하겠다"며 "우리 회사의 기술력과 커즈와일의 브랜드를 결합해 해외시장 점유율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경쟁에선 삼익악기가 다소 앞서가는 형국이다. 삼익악기는 지난해 매출액 830억원, 영업이익 40억원을 각각 달성해 업계 1위를 굳혔다. 반면 영창악기는 지난해 매출액 447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다소 주춤했다. 하지만 영업손실을 27억원에서 8억원까지 줄이는 데 성공,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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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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