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구조요원 악조건속 필사의 구조
[아시아경제 강정규 기자, 김도형 기자]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한지 여샛째인 31일 실종자 구조소식이 나오지 않자 군 당국의 늑장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백령도 해상에서 구조에 투입된 우리 군 장병들은 악조건 속에서 필사의 구조를 진행하고 있다.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말이 맞을 정도다.실제로 UDT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한주호 준위가 30일 목숨을 잃기도 했다.빠른 물살, 뼈속까지 스며드는 한기, 칠흙같은 시계 등은 신속한 구조를 막는 장애물이다.
◆태풍같은 물살
구조대원들을 괴롭히는 것은 급물살이 첫째로 꼽히고 있다.30일 수중 조류속도는 5.33노트였다고 한다.시속 10km의 속도다. 수백t이나 되는 천안함 선수부분을 사고지점에서 7.2km나 떠밀고 갈 정도로 빠르다. 잠수 전문가들은 이정도 유속은 바람으로 치면 태풍급이라고 입을 모은다.미국의 경우 시속 1노트만 넘으면 잠수를 금지하고 있다.그런데도 한 준위를 비롯한 우리 장병들이 바다로 뛰어든 것은 한명이라도 구조하기 위한 동지애 때문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사고지점은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로 서해 먼바다에서 내려우는 물길이 섬사이로 지나면서 매무 빨라지는 데다 30일은 달의 인력영향으로 바다 수위가 가장 높아졌다가 빠지는 '사리'여서 속도를 더 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잠수요원들은 물에 쓸려내려가지 않도록 밧줄을 잡고 해저로 내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뼈속까지 스미는 한기.
기상청은 31일 백령도 주변 수온이 3.7~4.5도로 전날과 비슷하거나 다소 낮을 것으로 예보했다.밤부터 비가 내리고 4월1일 오후에는 찬바람이 불 것으로 예보했다.이에 따라 이 해역 수온은 더 욱더 낮아 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한준위의 생명을 앗아간 바다의 수온은 섭씨 3도였다.이 정도 수온이면 호흡장비가 얼어붙을 수 있다고 한다. 실제 체감온도는 영하에 가까워 구조요원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이 온도에서 잠수할 경우 또렷한 의식을 갖고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15~20분.
◆시계제로와 기압
천안함의 선미는 해저 20m지점에, 선수부분은 해저 45m지점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백령도 인근 해역은 바닷물이 탁해 20m만 내려가도 햇빛이 들어가지 않아 칠흙같이 어둡다.
눈앞 30cm정도도 겨우 보일 정도로 바다속은 혼탁하다고 한다.때문에 구조요원들은 손으로 더듬으며 구조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바다아래로 내려갈 경우 수압이 높아진다.수압은 10m 내려갈 때마다 1기압이 올라가는 만큼 45m면 4.5기압이 올라가 해상에 있을 때보다 5배 이상의 압력을 받게 된다.이 정도 수압이면 몸을 움직이기도 쉽지 않고 호흡하기도 힘들다.통상 30m아래로는 잠수하면 질소가 혈관을 막아 호흡이 곤한해지는 위험도 있다. 그래서 스킨스쿠버 장비로는 30m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이유다.그 이상은 심해잠수 장비를 갖춰야 한다.그러나 이런 장비가 도착하기까지는 3~4일이 걸리는 탓에 우리 구조요원은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검은 바다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백령도 사고해역에서 구조활동을 지켜보고 돌아온 실종자 가족들은 "현장의 구조대원과 잠수요원들은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고 전하고 "그러나 이들의 구조활동을 보조할 감압장치,챔버가 해군에 1대 밖에 없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구조가능성 냉정히 평가해야
구조작업을 실시하던 UDT 대원이 사망하자 전문가들은 구조가능성을 냉정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전문가는 "해저 구조 작업은 매우 위험한 작업이고 해외에서도 구조를 시도하던 잠수사가 사망한 경우가 있었다"고 전제하고 "어차피 큰 위험이 수반될 수 밖에 없는 노력이니만큼 다른 의견보다 현장에서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살아 있을 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중요하지만 '지금 살아있는 사람'도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전문가를 포함해 복수의 선박 전문가들은 실종자들의 생존가능성 자체가 높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조심스레 밝혔다. 이들은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버렸고, 빠른 시간 내에 선체를 수면으로까지만 끌어내고 구조를 시도하는 것이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이었다"는 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나 군 관계자는 "생존 가능성이 있다, 없다를 떠나서 생존자가 있다고 가정하고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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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규 기자 kjk@asiae.co.kr
김도형 기자 kuert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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