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옷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집트도 어쩔 수 없는 이슬람 국가인 관계로 길거리를 다니면서 볼 수 있는 현지 사람들의 옷차림은 조금 식상(?)하다.
히잡을 쓰고 긴 상의와 긴 바지, 혹은 길을 쓸고 다닐듯한 긴 치마차림의 여성들뿐 아니라 한 여름에도 절대 반바지를 착용하지 않는 남자들까지..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공산품 마냥 이들의 옷 차림새는 매우 규칙적이다. 아랍어를 전공하고 있는 나 조차도 처음 이곳에 들어와 얼마간은 적응하기 힘들정도였다.
이곳 이집트 사람들, 특히 이집트 여자들에 대한 나의 생각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여성에 대한 가치관에서 크게 벗어나는 부류였기 때문이다. 내가 이집트에서 ‘백화점 ’이라는 곳을 다녀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집트의 대형 백화점에 들어서면 일단 한국에 있는 웬만한 백화점 보다 훨씬 넓다는 느낌을 받는다. 도심의 풍경과는 다소 이질적일 정도로 고급스러운, 한국의 백화점 들과 비슷한, 혹은 더 넓은 그곳에 들어가면 마치 다른 나라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특히 백화점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여성 의류매장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쇼윈도에 걸려있는 옷의 종류들 까지도 한국의 백화점 풍경과 흡사하다. 그것이 왜 놀랄만한 일이냐고? 충분히 놀랄만한 일이다. 왜냐면 적어도 내가 7개월간 이 곳에 살면서 저런 형태의(?)옷을 입고 다니는 여성들을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난 잠시 혼란에 빠지게 된다. (저렇게 많은 의류 매장에서 취급하는 저렇게 많은 노출이 심한(?)옷들이 과연 팔리긴 하는 건가? 팔리니까 걸어놓은 거겠지.. 당 연한 이치다. 팔리지도 않을 옷을 그저 예쁘다는 이유 만으로 걸어놓는 매장은 없을 테니까. 그럼 저러한 옷이 팔린다고 가정 하면… 도대체 누가 어디서 입는다는 거지 ?)
이와 같은 의문의 해답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간단했다. 이들은 저런 유형의 옷을 집에서만 입는다고 한다.
사람이라면 특히 여성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예쁜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할 것이다. 무슬림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사실 외출 시에도 나름 멋을 낸다. (붙는 상의, 일명 쫄티?)를 입는다던가 긴 치마를 입더라도 허리와 엉덩이 라인이 강조된 옷을 입는다던가)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뭔가 아쉬워 보인다.
더 예쁘게 꾸밀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현실은 무언가 서글프지 않은가. 하지만 더 예뻐지고 싶은 욕구를 억누를 순 없을 것이고. 그래서 그들은 아쉬운 대로 집에서 예쁜 옷을 입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이와 같은 내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었다. 물론 이곳 무슬림 여성들도 위에서 언급한 것 과 같은 아쉬움은 가지고 있단다. 그러나 그 이전에 그들은 그들의 가족, 혹은 미래의 남편에게만 자신의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는다.
어떻게 보면 순수해 보이는 다른 한편으로는 답답해 보이는 이들의 문화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나에게는 그저 신기해 보일 뿐이다.
글= 이인희
정리= 박종서 기자 js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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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희씨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 통번역학과에 다니던 중 공부시간을 늘리고 싶어 무작정 이집트 유학길에 올랐다. 하면 할수록 재밌고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이인희씨는 향후 중동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 카이로 대학교 어학연수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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