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당뇨약 아반디아가 안전하지 않다는 논란이 미국서 시작돼 한국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아반디아는 한국 당뇨환자도 흔히 먹는 약이다. 수년전만 해도 가장 많이 팔리는(금액 기준) 당뇨약 1위였다.
그러던 2007년, 아반디아가 당뇨환자의 심장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며 논란이 시작됐다. 3년이 지난 지금도 결론은 '모른다'에 가깝다.
◆당뇨약 아반디아란?
아반디아는 영국 제약사 GSK가 만든 약이다. 치아졸리딘디온(TZD) 계열에 속하며 성분명은 로지글리타존(rosiglitazone)이다.
TZD는 상대적으로 최근에 개발된 당뇨약 계열이다. 메트포르민, 설포닐우레아 등 전통적 당뇨약에 비해 혈당은 잘 떨어뜨리면서 저혈당 위험이 적어 인기를 끌었다.
◆논란의 시작
2007년 미국 클리브랜드클리닉의 심장전문의 스티브 니센(Steve Nissen)은 아반디아가 포함된 42개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해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발표했다. 아반디아를 먹은 환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근경색 위험 43%, 심혈관계 사망위험은 64% 증가했다는 게 내용이다.
당뇨약은 혈당을 떨어뜨림으로써 심장병 등 합병증 발생을 막아준다. 당뇨약이 심장병을 증가시킨다는 '아이러니한' 이 연구의 결론은 전 세계 의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하지만 니센 자신도 인정하듯 해당 연구는 어떤 '결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결론'에 가장 가까운 답은 연구결과의 종합을 통해서가 아니라, 해당 '답'을 얻기 위해 특별히 고안한 통제된 연구에 의해서만 나오기 때문이다. 니센은 "심장에 좋지 않다는 '추세'가 발견된 만큼 처방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반디아를 옹호하는 측에선 "결론이 아니므로 일단 사용하고 다음 연구를 기다리자"는 자세를 취했다. 2년만 기다리면 아반디아가 심장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알려줄 'RECORD'란 이름의 연구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RECORD의 결과
논란은 결론과 상관없이 환자를 불안케 했고 처방은 급감했다. 하지만 아반디아에 굳건한 믿음을 보내는 의사들이 워낙 많아, 아반디아는 당뇨치료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떨어진 처방을 회복할 계기는 RECORD 결과 발표와 함께 찾아왔다.
지난해 9월 발표된 RECORD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반디아는 당뇨 표준치료법인 '설포닐우레아+메트포르민'과 비교,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았다. 2년 전 제기된 '가능성'이 '그렇지 않다'로 결론 난 셈이다. 반면 아반디아 및 이 약이 포함된 TZD 계열 약물은 '심부전'과 여성의 '골절'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이미 알려진 문제점을 재확인한 결론이 제시됐다.
현재 미FDA와 한국 식약청의 입장은 RECORD 연구에 바탕을 둬 "아반디아를 심부전 환자에게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골절 위험에 주의해야 한다. 심근경색 위험은 증가하지 않지만, 그 위험이 높은 사람에겐 권장되지 않는다"로 정해져 있다.
◆재차 불거진 논란…특별히 새로운 건 없어
올 해 2월 아반디아의 심근경색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근원지는 미 의회다.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제약사 GSK는 논란이 시작되기 수년전 이미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다. FDA 내부 문서들에선 다수의 전문가들이 아반디아의 시장퇴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담겨있다.
잠시 조용했던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것이지만, 사실 아반디아의 심혈관계 위험성을 재조명할 만한 새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된 것은 아니다. 미FDA는 "RECORD 연구를 검토하고 있으며, 올 7월 아반디아의 안전성에 대한 회의를 개최한 후 입장을 재정리해 발표하겠다"며 "그 때까지 환자들은 복용을 중단하면 안 된다"고 발표했다. 한국 식약청 역시 같은 메시지를 담은 안전성 서한을 3월 2일 배포했다.
◆배제도 입증도 못한 안전성
지난 2월 FDA가 발표한 입장문을 보면 일반인이 보기 다소 의아한 문구가 있다. 기존 연구들은 아반디아의 심장병 위험을 '입증하지도 배제하지도 못했다'는 대목이다. 당초 보건당국이 약에 대한 안전성 정보를 미리 파악하지 않은 채 판매를 허가했다는 말이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아반디아는 국내 허가될 당시 '혁신적 신약'으로 분류됐던 약이다. 그만큼 당뇨에 대한 효과가 훌륭해 '장기간 연구'를 기다릴 필요 없이 우선 사용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반면 화려한 등장 후 수년이 흐른 다음, 해당 약에 새로운 문제점이 발견돼 시장에서 퇴출되는 비극은 의약품 세계에서 그리 드물지 않다.
이런 시행착오를 최소한 줄이기 위한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아반디아 그리고 2005년 퇴출된 관절염약 '바이옥스'로 촉발된 사회적 이슈는 미FDA로 하여금 장기간 연구 자료가 없으면 신약 허가를 쉽게 내주지 않는 방향으로 보건행정의 방향을 잡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떤 약에 장기간 자료를 요구할 것이며, 어떤 약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해선 사례마다 다른 만큼, FDA 차원의 어떤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FDA의 구체적 입장 발표가 없는 탓, 그리고 외국의 허가사례가 없는 전혀 새로운 국산신약을 허가할 일이 별로 없는 한국 식약청은 이와 관련된 새로운 입장이나 행정방향을 발표한 바 없다.
◆현재 시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3년간의 논란에도 불구, 아반디아에 대해 새롭게 밝혀진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심근경색 촉발 우려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수준으로 정리된 상태다. 앞으로 남은 이벤트는 7월 FDA 자문회의 그리고 2014년으로 예상되는 또 다른 연구 'TIDE' 결과 발표 정도다.
반면 2007년 첫 논란이 불거졌을 때와 달라진 환경도 있다. 당시엔 아반디아를 쓰지 않겠다면 같은 계열의 '피오글리타존'을 선택해야만 했는데, 이 약에 대한 의료진의 믿음이 강하지 않았다. 즉 아반디아를 포기한 의사들 중 일부만이 피오글리타존으로 옮겨갔으며, 대다수는 설포닐우레아나 메트포르민으로 되돌아갔다.
지금은 좀 다르다. TZD 이후 새롭게 등장한 DPP-4라는 계열의 약들도 시중에 나왔다. 아반디아를 포기하고도 선택할 옵션이 많아졌으며, 피오글리타존에 대한 신뢰감도 2007년에 비해선 나아진 분위기다.
반면 아반디아를 옹호하는 편에선 여전히 이 약에 대한 강력한 믿음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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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GSK가 배포한 반박 보도자료에서 대한당뇨병학회 측은 "아반디아의 심혈관계 위험성은 타 당뇨병 약제와 비교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당뇨병은 철저하고 지속적인 혈당조절이 중요한 만큼 주치의와 상의 없이 임의로 약 복용을 중지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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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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