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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와 특별한 하루]'빨리빨리' 한국문화 덕에 품질 무한상승중

10만대 24시간 관리시스템 도입
한국산 제품 글로벌 본사와 경쟁
"무등산처럼 만들라" 주문에 고심
16년간 한국근무 노하우로 해결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엘리베이터 수주를 위해서 직접 영업을 다니면서 느낀 것은 필요한 시스템과 디자인을 고객에게 보여주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버스 지나간 뒤에 손 흔들어봤자 버스가 서나요. 이미 늦은거죠."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의 쇼룸에서 만난 브래들리 벅월터 오티스엘리베이터코리아 사장은 거침없는 한국말로 자신의 영업 노하우를 소개했다. 벅월터 사장의 한국 생활은 지난 1994년 CFO로 근무한 이래 올 들어 16년 째. 주변에서 그를 "대한민국에서 한국어를 가장 잘 하는 외국인"이라고 소개할 만큼 대화 속에서 자연스런 사자성어와 속담을 구사하는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처음엔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 엘리베이터 시장은 가격경쟁과 품질경쟁, 그리고 디자인 경쟁까지 치열한 아주 어려운 시장이죠. 하지만 직접 영업현장을 다니고 한국사회의 문화를 이해하면서 접근했더니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는 '사장'이라는 직함이 무색할 만큼 영업현장의 일선에서 뛴다. 쇼룸에 수시로 들러 고객들에게 제품과 서비스의 장점을 설명하고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과 기능을 귀담아 듣는다. 벅월터 사장은 그 속에서 찾았던 자신만의 노하우를 하나씩 풀어놓기 시작했다.

◆ 한국시장은 세계 최대의 '엘리베이터 격전지' = 벅월터 사장이 가장 먼저 소개한 것은 오티스의 자랑인 '엘리트 시스템'. 365일 24시간 오티스가 관리하는 전국 10만여대의 엘리베이터 현황을 실시간 관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오티스가 관리 업체로 등록된 모든 엘리베이터가 현재 어느 층에 있는지, 작동중인지 서 있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비상벨을 눌러 경비실과 연결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이 엘리트 시스템으로 연결, 항시 대기 중인 상담원과 대화가 가능하다. 문제가 발생한 엘리베이터는 가장 가까이 있는 AS기사가 출동해 해결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 엘리트와 같이 24시간 관리 시스템을 사용하는 회사는 오티스밖에 없습니다. 사실 엘리트 시스템은 한국인의 '빨리빨리' 습성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빨리 손을 봐 정상화 시키고 싶어 하는 습성, 지연되는 것을 못 참는 성격 때문에 항상 엘리베이터를 관리하는 방식을 만들어 낸 것이죠"


벅월터 사장은 2000년부터 7년간 오티스 엘리베이터의 서비스(유지ㆍ보수) 부문 부사장을 지낸 경험이 있다. 고장과 문제 발생에 대해 그만큼 빠삭하다는 얘기. 하지만 한국만큼 세세한 문제에 민감한 나라는 없단다. 엘리베이터 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사람들은 유럽인들에 비해서 디자인이나 소음, 탑승 했을 때의 느낌 등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모든 것이 다 완벽해야 한다는 얘기죠. 또한 땅이 좁아 초고층빌딩이 많이 생기면서 초고층전용 엘리베이터의 수요도 중국 다음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한국 정부의 친환경 산업을 장려하는 분위기까지 겹쳐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품질과 디자인의 엘리베이터가 완성돼야 경쟁력이 생기는 겁니다"


실제로 오티스 엘리베이터 가운데 한국에서 만드는 제품들은 '시그마(SIGMA)'라는 브랜드로 개별 수출돼 현지의 오티스와도 경쟁한다. 수출하는 80여개국 가운데 시그마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곳도 적지 않다. 지난해에는 건설 붐이 일었던 두바이에 엘리베이터를 1000대 이상 수출했다.


"세계 오티스 임원들이 모여 글로벌 전략 회의를 할 때, 해외 지사장들이 웃으면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인 오티스 엘리베이터에 시장을 다 뺏기겠다면서 말이죠. 그래서 하는 소리인데, 세계에 있는 오티스 임원들 가운데서 나만큼 재미있게 일하는 사람도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영업하고, 시장점유율 쑥쑥 크는 것도 보고요"


◆ 엘리베이터에 '무등산'의 기운을 심으라고요? = "재미있는 얘기를 하나 해드릴게요."


엘리베이터 쇼룸에서 한창 구경을 하고 있을 때 벅월터 사장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영업 일화를 소개했다. 광주에 신축된 한 회사 사옥의 엘리베이터 수주를 따낸 그가 회장님(?)을 만족시키기까지의 고된 과정, 그 사정은 이랬다.


"야심차게 디자인 기획안을 드렸는데, 정말 100번을 퇴짜 맞았습니다. 속으로는 화도 났지만 일단 정중하게 대체 뭐가 문제냐고 물었어요. 그 때 그 회장님이 잡지에서 찢은 것 같은 구겨진 사진 한 장을 던져주더군요. 바로 광주에 있는 '무등산'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무등산처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었어요"


결국 그는 회장님의 미션을 수행했다. 엘리베이터 내부에 양각으로 무등산 이미지를 새겨 넣고 전체적인 색감도 웅장한 느낌이 나게 했다. 결과는 회장님의 '대만족'. 스스로도 뜻 깊었고 느낀 바도 많았던 일례라고 그는 소개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한국의 문화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 한국의 회장님들은 회사 사옥을 본인의 분신처럼 여긴다는 것이었죠. 작은 것 하나도 본인이 꼼꼼히 챙기고, 반드시 보고 받고, 만족할 때까지 요구한다는 것 이었습니다. 아, 하나 더 있습니다. 한 번 품질과 서비스로 만족시켜주면 주변인들도 많이 소개시켜주고 도와주려고 하는 '정' 같은 끈끈함도 있죠. 비즈니스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부분은 한국에서의 생활을 즐겁게 해줍니다"


그는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우리 한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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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무 부국장 겸 산업부장 동행취재
정리=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사진 = 윤동주 기자 doso7@asiae.co.kr


[성공투자 파트너] - 아시아경제 증권방송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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