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진우 기자]교통사고를 낸 후 정차해 피해자를 집으로 데려다주는 등 구호조치를 취했다면 제반사정 상 피해자에게 연락처를 주지 않았더라도 '뺑소니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운전 중 자전거를 들이받은 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로 기소된 A씨(46)의 상고심에서 공소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편도 3차로를 주행하던 중 전방에서 진행하던 자전거의 뒷바퀴를 들이받고 곧바로 정차해 피해자를 병원으로 데려가려 했으나, 피해자가 아이들을 이유로 집으로 갈 것을 원해 피해자를 집으로 데려다주고 저녁에 아프면 병원에 가라는 뜻으로 10만원을 건넸다.
A씨는 연락처나 인적사항을 알리지 않은 채 사고 다음날 오전 9~10시 피해자의 집에서 만나 병원으로 가기로 약속했으나, 보험사에 사고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10만원을 준 것은 합의한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말을 잘못 이해하고는 피해자를 다시 찾아가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다음날 보험회사에 전화해 사고신고를 하면서 상담원에게서 이미 합의된 것이 아니냐는 말을 듣고 잘못 판단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등 제반사정에 비춰 볼 때, 피고인에게 도주의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운전 중 맞은 편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후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달아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 사고후 미조치 등)로 기소된 B씨(47)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구호 등의 조치의무는 사고를 발생시킨 차량 운전자에게 고의·과실·위법이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부과된 것"이라며 "사고에서 아무런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조치의무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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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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