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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균 조달청장, "글로벌 녹색제품 시험장..탄소 62만t줄인다"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산업의 비타민인 '희소금속' 재고분을 60일 분까지 늘리겠습니다"


 연간 약 30조원에 이르는 물품과 시설공사를 구매계약하는 국가기관인 조달청의 권태균 청장 입에서 나온 말이다. 조달청은 권청장이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물자와 시설 등 전통적인 조달업무뿐 아니라 원자재 비축과 국유재산관리 등으로 업무를 다각화해왔다.
조달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재정의 조기 집행을 과감하게 펼치는 한편,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에 맞춰 원자재 비축을 늘리며 경제 위기 이후를 대비해왔다. 특히 권 처장은 당장은 가시적인 효과가 없지만 내년에 경제 회복이 될 경우, 희소금속은 그야말로 금값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희소금속 구입용 재원을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해 확보함으로써 적정 재고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권 청장은 "국제 원자재 수급파동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최소 국내수입 수요의 2개월분(계약부터 실물 도입까지의 소요기간) 이상 비축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은 국내수요의 1~3년분, 일본은 국내수요의 2개월분 비축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여전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권 청장은 국제원자재 가격이 본격 상승하기 전에 예산을 집중 투입해 비축물량을 충분히 확보할 생각이다. 계획대로라면 2012년까지 적정 비축재고 60일분까지도 가능하다.

 그는 "전기ㆍ전자ㆍ정보통신 산업을 비롯해, IT산업과 바이오군사우주 항공 등 산업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매우 중요한 원자재"라면서 "올해 리튬(2차전지 원료) 등을 새로 비축했고, 평년 100억원 수준인 희소금속 비축금액도 올해는 5배 증가된 510억 원으로 대폭 증액했다"고 소개했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도 조달청 업무가 바쁘게 돌아갔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기업의 악화된 경영여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재정의 조기집행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권 청장도 상반기에 조기집행과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정책을 적극 펼쳤다.


 그는 "기업에게는 공공 조달시장에서 약 30조원(지난해 상반기 15조원) 상당의 일감이 늘어났다"면서 "특히 집행률을 당초계획 70%보다 높은 88%를 초과 달성함으로써 기업이 계약대금을 조기 수령, 안정적인 생산 활동과 일자리 유지ㆍ창출을 하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선금 및 물자대금 등으로 조달업체에 지급된 금액이 15조원 상당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예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유동성이 더 풀린 것이다.


 이밖에 대지급선금지급과 네트워크론대출보증을 늘려 중소기업에 생산기술개발 자금을 신속히 지원했다. 조달청과 체결한 계약서만으로 은행 대출이 가능하도록 지원했고, 담보능력이 부족한 기술우수기업도 대출받을 수 있게 기술보증기금, 기업은행, 신한은행과 대출보증 계약을 맺기도 했다.


 민수시장의 중소PC 점유율은 52.7%에 육박하는 데 반해 공공기관에서는 삼성전자, 엘지전자, 삼보컴퓨터 등 상위 3개 업체의 제품을 선호하는 관행이 있다. 권 청장은 중소기업의 취약점으로 지적되는 사후관리서비스(AS)망만 잘 갖춰진다면 공공기관 시장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주연테크, 대우루컴즈, 에이텍 등 11개 중소업체들이 공동으로 정부조달컴퓨터서비스협회를 만들어 대기업에 비해 취약한 AS망을 견고히 구축하면서 지난해 17%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을 28%로 높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올해 말까지 점유율 30%로 끌어올리고, 내년 말까지 40% 대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권 청장은 담합과 로비 등의 의혹도 뿌리뽑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거액의 정부 하청 공사를 집행하는 만큼 잡음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여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총 사업비 22조원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관리도 도마 위에 올라있어 그의 신경은 곤두서 있다. 조달청의 계약규모는 국토부가 발주하는 공사예산 9조5000억 원 중 75%에 해당하는 7조2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권 청장은 "혹시 모를 입찰 담합행위를 막기 위해 4대강 사업의 경우 턴키 1차공사 입찰자를 대상으로 사전에 국토해양부, 공정거래위원회와 합동으로 공정경쟁 등에 대해 분석 조사 중으로 있는 등 만전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뇌물 등의 입찰비리 방지에 힘을 쏟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의위원 후보자 명단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심사 당일 새벽 4시에 자동선정시스템을 통해 심사위원을 선정하도록 했다. 관리자의 시스템 접속시간, 평가위원 선정작업 이력, 정보 입출력 등 일체의 작업흔적이 기록되는 블랙박스도 채용했다.


 조달청은 조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참석한 '녹색구매세계대회'에 후원기관으로 참여하는 등 녹색성장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조달청은 공공부문에서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약 30조원에 이르는 물품과 시설공사를 구매계약하는 기관으로, 이렇게 막대한 정부구매력은 녹색제품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권 청장은 정부조달을 통해 녹색제품을 직접 구매함으로써 조달청이 '시험무대(Test bed)'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녹색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녹색제품 구매 확대와 관련, 영국의 'Quick Wins 제도'를 벤치마킹한 '최소녹색기준제품 의무구매 제도'를 도입 추진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권 처장은 "조달업무 전자화에 따른 업체방문 횟수 감소와 종이 사용량을 줄이면서 연간 약 62만t의 탄소배출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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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앞으로 조달청의 조달전자시스템을 해외로도 적극 수출할 계획이다. 이미 베트남, 코스타리카에 '나라장터'를 기반으로 한 전자조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모로코, 알제리 등도 전자조달 전문가를 파견해줄 것을 요청해 전망은 밝은 편이다.새해를 준비하는 그의 마음도 가벼운 편이다.


●약력: 1955년생/1978년 서울대 경영대/1988년美 버지니아대 MBA/ 1978년 제21회 행정고시 합격/ 1980년 재무부 국고국, 국제금융국, 경제협력국 사무관/1992년 아시아개발은행(ADB) country officer/ 1996년 청와대 경쟁력기획단 과장/ 1997년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 경제협력국 과장/ 1999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 국장/ 2001년 주OECD한국대표부 경제참사관/ 2004년 경제부총리 비서실장/ 2005년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2006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2007년 재정경제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장/ 2008년 지식경제부 무역투자실장/2009년 ~현재 조달청장

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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