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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용성 기자]단지 직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생애 처음 사람을 죽여야 하는 교도관들의 슬픔과 고통을 담은 영화 '집행자' 속 사형수를 연기한 배우 조성하와 김재건이 눈길을 끈다.
박인환 조재현 윤계상 등 세 교도관들 외에도 살리고 싶은 사형수 이성환(김재건 분)과 죽여야 할 사형수 장용두(조성하 분)가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기 때문. 두 사람은 소름끼치는 사형수 연기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눈빛부터 다른 배우 조성하는 영화 '화산고'로 데뷔, '거미숲' '강력3반' '싸움의 기술' 등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 '황진이' '대왕 세종' 등에 출연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쌓아 온 배우. '집행자'에서는 12년 만에 사형제도를 부활시킨 희대의 연쇄살인범 ‘장용두’ 역을 맡아 섬뜩한 눈빛과 소름끼치는 연기로 좌중을 압도한다.
당당한 걸음걸이, 치켜든 얼굴로 교도소에 들어온 ‘장용두’는 전국을 경악하게 만든 흉악범죄를 저지르고도 죄를 뉘우치지 않아 결국 사형제 부활을 일으키게 되는 장본인이다.
조성하는 서로 대립하는 교도관 배종호 역의 조재현과 촬영 전까지 서로 대화는 물론 눈도 마주하지 않으려 할 정도로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감정적으로도 남다른 노력을 경주했다.
사형 집행 전날 자살을 시도하고, 올가미에 조여 숨을 놓는 순간까지도 "이제 난 못 죽이지만, 니들은 계속 더 죽이겠지"라며 교도관들을 조롱하는 그의 연기는 관객들을 압도하며 영화에 대한 수많은 논점을 던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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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고 싶은 사형수 이성환 역의 김재건은 38년 차 연극배우의 내공을 담은 연기로 관객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1972년 '포로들'을 시작으로 올해 '흉가에 볕들어라'까지 38년간 연극 무대에 서온 김재건은 영화 '효자동 이발사' '거룩한 계보' '극락도 살인사건' '핸드폰' '굿모닝 프레지던트'까지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이미 대한민국 연극계의 굵직한 대들보 같은 배우이자 국립극단 단원으로 1992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백상예술대상 연기상 등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 받아온 김재건은 '집행자' VIP시사회 당시 "연극은 30년 이상 해 왔지만 영화는 신인 배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겸손한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그는 '집행자'에서 강도살인죄로 사형을 선고 받지만 복역하는 기간 동안 젊은 시절의 죄를 뉘우치며 살아가는 장기 사형수 성환 역을 맡았다. 교도관이자 20년 벗인 김교위(박인환 분)와 장기를 두고 교도소 내 소란에 자기 몸을 던져 희생하는 그는 사형수 대신 옆집 할아버지처럼 포근하고 선한 인상을 풍기며 영화 속에 따뜻한 공기를 불어 넣는다.
특히 생애 마지막 첫 눈을 맞으며 사형장으로 향하는 뒷모습은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시며 영화에 큰 여운을 남긴다.
이로써 '집행자'는 직업 때문에 원치 않는 살인을 해야만 하는 사형집행관들의 고통과 함께 두 사형수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눈물과 감동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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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성 기자 lococ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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