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재완 기자]기아차가 오는 24일 출시하는 준대형 세단 코드명 VG의 차명을 K7으로 정했다. 국내에서 숫자로 차명을 정하는 것은 르노삼성의 SM시리즈 이후 두번째다.
기아차의 입장에서 차명을 K7이라고 정했다는 것은 꽤 파격적인 선택이다. 50년이 넘는 기아차의 역사에서 차명을 짓는 전통을 완전히 바꾼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르노삼성과는 또 다른 의미다. 1995년 처음 출발한 르노삼성자동차는 처음부터 차명을 숫자로 지었지만 기아차는 그런 경험이 없다.
숫자를 이용한 차명은 유럽 스타일이다. 보통 북미나 일본, 우리나라는 영어 단어를 이용한 차명을 사용하고 유럽은 숫자를 이용한 차명을 사용하는 것이 보편화됐다. 어느 것이 좋고 나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이 숫자 차명을 사용하는 것은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팀 선수들이 유니폼에 이름을 새기지 않은 것과 비슷한 의미다. 팬이라면 선수를 보면 누군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를 아는 사람이면 다소 외우기 힘든 S600이라는 차명만 보고도 그 차를 떠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유럽 럭셔리 자동차 메이커들은 숫자를 차명으로 이용한다.
BMW는 7시리즈, 5시리즈, 3시리즈 등을 사용하고 푸조는 607, 407, 306 등을 차명으로 사용한다. 덕분에 유럽스타일을 강조한 일본의 렉서스나 인피니티도 숫자를 차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아차가 숫자를 이용한 차명으로 바꾼 것이 디자인총괄부사장을 맡고 있는 피터 슈라이어의 영향이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슈라이어 부사장은 아우디에 몸담았었고 아우디는 아우디(Audi)의 'A'와 숫자를 붙여 차명을 짓고 있다. 기아(Kia)의 'K'를 따서 차명을 짓겠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면이다.
물론 기아차 역시 차명을 지을 때 심사숙고했다. 이들은 약 15개월 동안 해외 유수의 네이밍 컨설팅 회사의 자문을 받았고 차명 검증 프로젝트까지 진행하며 차명 개발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는 K7의 'K'를 "기아차(Kia), 대한민국(Korea)의 대표 글자일 뿐만 아니라, '강함, 지배, 통치'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Kratos의 첫 글자로 경쟁력 있는 신차로 다른 차들을 압도하고 능가하고자 하는 기아차만의 목표를 나타내고 '활동적인, 동적인' 이란 뜻의 영어 Kinetic의 첫 글자로 끊임없이 혁신과 발전을 추진하는 역동적인 기아차 브랜드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숫자를 이용한 차명이 생소한 것은 사실이다. '프라이드'나 '로체', '포르테'에 길들여져 있는 소비자들이 K7이라는 차에 다소 거리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단 시작한 이상 기아는 준대형세단 K7이외에도 앞으로 'K+숫자'를 이용한 차명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기아의 선택이 브랜드를 럭셔리 대열로 올려놓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편 관심을 모았던 K7의 가격은 2830만원~4180만원 선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2400cc급 모델은 2830만원에서 3130만원(스페셜 포함)선이 될 것으로 보이고 2700cc급은 3030만~3850만원(스페셜 포함)선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최고급 사양인 3500cc급 K7은 노블레스 모델로 3860만원~4180만원이 예상된다.
고재완 기자 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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