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재완 기자]지난 주말 한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평소 기자가 자동차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아는 지인이 기자에게 상담을 요청한 것이다. "당신이라면 르노삼성 SM7과 크라이슬러 지프 컴패스(COMPASS) 중 어떤 차를 고르겠나"라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을 받은 기자가 언뜻 떠오른 생각은 '어떤 차가 좋겠네'라는 것보다 '아니, 국산차와 외제차를 비교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인으로서는 당연한 질문이었다. SM7과 컴패스를 비슷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비슷한 가격대와 비슷한 배기량을 가진 이 두 자동차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다. 더구나 RV인 컴패스는 같은 휘발유를 쓰면서도 연비는 SM7보다 더 좋다. 안락함과 효율성이 컴패스와 SM7을 선택하는 판단 기준이 될 뿐 '어느 것이 국산차이다, 어느 것은 외제차이다'라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국산차와 외제차의 비교가 이제를 차를 구입하는 이들에게는 당연한 일이 됐다. 물론 국산차의 성능이 그만큼 발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국산차의 가격대가 올라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새로운 현대차 쏘나타(YF)가 출시된 이후 이 같은 국산차와 외제차의 비교 구매는 더욱 늘어날 듯하다.
토요타자동차의 대표 세단 캠리가 오는 20일 국내에 출시예정이다. 캠리는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세단으로 세련된 스타일과 높은 완성도, 연비를 자랑한다. 그런데 이 캠리의 풀옵션 국내 출시가가 3500만원 전후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가격 정책에 같은 일본 브랜드 혼다는 캠리의 경쟁차종인 어코드의 가격을 인하하고 나섰고 인피니티도 취득 등록세를 지원해주는 서비스에 나섰다.
하지만 쏘나타(YF)는 종전 세대 모델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해 최상위 풀옵션 가격은 3000만원선에 육박한다. 게다가 내년 출시예정인 2.4모델은 3000만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쏘나타뿐 만 아니다. 그랜저(TG)의 경우도 풀옵션이면 3700만원을 조금 넘는 선으로 형성돼 있다. 국내에서 캠리와 직접적으로 대결을 펼치는 경쟁 차종이 된 것이다.
문제는 3500만원짜리 자동차를 사는 구매층뿐 만 아니다. 2500만원짜리 자동차를 사려는 사람도, 4000만원짜리 자동차를 고려하고 있던 사람도 이제 '캠리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제 국산차, 외제차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시대가 왔다. 철저하게 성능과 디자인, 연비를 통해서 소비자들에게 어필해야하는 것이다. 현대차 역시 쏘나타를 출시하며 이 같은 계산을 안했을 리 없다. 그만큼 성능과 디자인에 자신이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앞의 질문을 독자들에게도 던지고 싶다. '여러분이라면 SM7과 컴패스 중 어떤 차를 고르겠습니까?'
고재완 기자 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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