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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하는 글로벌 해운업계, 불황의 끝은


[아시아경제 김기훈 기자] 글로벌 경제의 회복 신호에도 불구하고 해운업계가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프랑스 대형 컨테이너선사인 CMA CGM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 선언 검토 소식에 이어 일본 3대 해운사들 역시 일제히 예상보다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등 해운업계 곳곳에서 악재가 터져 나오는 모습이다.

세계 해운업계 시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건화물운임지수(BDI)는 지난 15일 기준 2688.00을 기록 중이다. 이는 올해 초 773.00에 비해 대폭 상승한 것이지만 2008년 5월말 기록한 사상최고치 1만1793에 비해서는 여전히 부진한 수치.


해운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운임료 하락세에도 몸살을 앓고 있다. WSJ에 따르면 지난 1월 아시아-유럽 간 컨테이너 선박은 기름값만 받는 사실상 '0원'의 운임료로 운행됐을 정도다. 유조선을 비롯한 다른 선박들의 운임료가 상승세로 돌아선데 반해 컨테이너 선박들은 유독 불경기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다. 원자재를 실어 나는 선박은 중국 내 수요 증가로 운임 반등의 수혜를 누렸지만 공산품 등을 운반하는 컨테이너선들은 철저히 소외됐던 것.

경기 침체가 진정되고 있지만 아직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로 선순환을 일으키지 않은 데다 최근 수 년간 조선업계가 호황을 누리며 선박을 과도하게 공급, 해운업계에 이중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불경기가 내년까지 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어 해운업계의 속을 더 태우고 있다.


닛폰유센과 가와사키 키센, 미쓰이 상선 등 일본의 3대 해운사는 이번 회계연도에 대규모 적자가 확실시 된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닛폰유센은 500억 엔의 세전손실을 기록, 추정치보다 60억 엔 이상 적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회계연도에 1398억 엔의 세전이익을 기록했던 터라 손실 규모는 크게 느껴진다. 가와사키 키센과 미쓰이 역시 각각 480억 엔과 110억 엔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들 업체들에게는 컨테이너 물동량 부문의 실적 악화가 가장 뼈아팠다. 올해 들어 가정용 가전제품과 생필품을 주로 운송하는 컨테이너선 물동량은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극심한 침체에 빠진 상태. 원유를 싣는 탱커선과 벌크선 부문의 운임도 부진하다.


또한 높은 연료비용과 엔화강세는 실적 악화를 더 부추겼다. 닛폰유센과 가와사키 키센은 지난 7∼9월 연료 1톤당 380∼395달러를 예상했지만 실제 연료비용은 420달러로 이를 훨씬 웃돌았고 엔화 역시 1달러당 95엔을 기준으로 삼았으나 92엔을 기록, 추정치를 빗나갔다.


실적 악화가 계속되자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글로벌 해운업체들은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세계 3대 컨테이너선사 CMA CGM과 독일 최대 해운사 하팍로이드 등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상황이다.


작년 상반기 5900만 달러의 순익을 올렸던 CMA CGM은 올해 같은 기간 동안 5억15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현재 총 부채는 50억 달러를 훌쩍 넘는 규모로 회사 측은 모라토리엄까지 검토했으나 정부와 채권단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이를 피한 상태. CMA CGM은 내달까지 채무조정안을 마련해 정부에 제출할 방침이나 받아들여질 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팍로이드는 이미 정부의 지원을 받은 첫 컨테이너 선사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9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하팍로이드는 이달 초 12억 유로 규모 국가 보증 채권의 기한을 연장했다. 보증비율은 90%에 달한다. 독일 여행사 TUI와 알버트 발린 컨소시엄이 주주로 있는 하팍로이드는 독일 정부 뿐 아니라 TUI로부터도 9억2300만 유로를 수혈 받을 예정이다.


이밖에 상반기 컨테이너선 부문에서만 9억 달러의 손실로 설립 이래 첫 적자를 낸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 머스크는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17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각하고 직원 113명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또한 에스토니아 소재 조선소도 팔기로 했다.


해운시황 침체현상의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해운사들의 구조조정 노력은 그 강도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김기훈 기자 core81@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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