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골드만삭스·씨티그룹 기대이상 실적에도 하락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뉴욕 증시가 이틀째 다우지수가 이틀째 1만선을 지켜냈다. 하지만 과정은 생각만큼 순탄치 않았다.
봇물처럼 쏟아진 기업 실적과 경제지표가 대부분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지만 1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고전을 면치 못 하다가 막판 간신히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실망스러웠던 재료가 필라델피아 제조업 지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우지수가 1만을 넘기면서 투자자들의 가격 부담도 높아졌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는 하루였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는 1.14포인트(-4.99%) 하락한 21.72를 기록해 다시 한번 연저점을 경신했다. 22선을 깨뜨린 것도 올해 들어서는 처음이다. 공포지수 하락을 감안하면 뉴욕증시가 여전히 속도조절 과정을 거치면서 추가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투자자들이 더 이상 순이익 증가만으로 환호하지 않고 있음이 확인돼 변수로 떠올랐다.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은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놓고도 하락했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전년동기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총 31억9000만달러, 주당 5.25달러의 순이익을 달성했지만 하락마감됐다.
골드만삭스의 주가 하락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전통적으로 골드만삭스의 강점이었던 투자은행 부문 매출 감소 때문이었다는 지적도 있었고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년동기대비 순이익이 급증했지만 34억4000만달러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던 지난 분기에 비해 부족했다는 것이었다.
MTB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의 윌리엄 다이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골드만삭스에 대해 심지어 주당 6달러의 순이익을 기대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실현되지 않았다"며 "실적 기대감이 이미 많은 부분 반영된 탓도 있다"고 분석했다.
MF 글로벌의 닉 칼리바스 부사장도 "이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들이 많았고"며 "특히 골드만삭스에 대한 기대치는 극단적으로 높았다"고 지적했다.
IBM은 장 마감후 기대 이상의 매출과 순이익 발표, 그리고 순이익 전망치 상향조정에도 불구하고 장 마감후 시간외 거래에서 약세를 나타냈다. 블룸버그 통신은 신규 계약 감소가 하락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IBM의 매출이 4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인 점에 투자자들이 주목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휘발유 재고가 급감하면서 유가가 급등했고, 뉴욕 증시도 에너지 관련주를 중심으로 힘겹게 반등했다. 모건스탠리는 정유업체들이 연말까지 랠리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수노코를 탑픽으로 추천했는데, 수노코는 10% 급등했다. 발레로 에너지도 7.1% 급등했다.
하지만 유가 상승은 분명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재료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5.7% 하락해 S&P500 지수 구성 종목 중에서도 두드러진 하락률을 기록했는데, 게리 켈리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항공업계의 고전이 계속될 것이라며 그 이유 중 하나로 항공연료 비용 상승을 꼽았다.
기대 이상의 기업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까다로워진 입맛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더 이상 비용 절감에 의한 순이익 증가가 아니라 매출 증대에 따른 순이익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퍼 매니지먼트의 짐 아와드 이사는 "많은 펀드매지니저들이 방향성을 상방으로 잡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을수 있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며 "모멘텀이 소멸되면 그들은 빠르게 돈을 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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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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