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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바로서야 자본시장 산다]<하> 이기주의 경영

"先 임대료 70억·수수료 2000억 등 관계사에 군림..'신뢰도 찾기' 나서야"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포용ㆍ경청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자본시장 유관기관들이 한국거래소에 한 입으로 전하는 메시지다. 유관기관들은 원활한 증권 거래 업무 필요성에 따라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설립한 한국거래소가 되레 상급 단체로 군림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권위주의적인 태도는 유관기관들의 관계에서 잘 드러난다. 증권전산 선진화를 위해 설립ㆍ발전해 온 코스콤(KOSCOM)은 모회사 격인 한국거래소의 임대료 인상, 해외 진출 등의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코스콤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임대 수익은 연간 70억원에 이른다. 코스콤 관계자는 "이 같은 임대료는 착취 수단이나 다름없다"며 임대료 인하 및 계약형태 전환 등 마땅한 조치 방안을 마련해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월세로 전환된 계약형태ㆍ높아지는 임대료 등이 '아쉬우면 나가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느껴진다"며 입주자로서의 서러움을 토로했다.


증권전산 업무 영역을 놓고 벌이는 한국거래소의 욕심은 코스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그동안 증권전산이 전담해오던 연구-개발(R&D) 업무를 거래소가 넘겨받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코스콤 업무를 대체하려는 것은 규모의 경제ㆍ노하우ㆍ업무의 중복성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며 "더불어 전산센터 특화 차원에서 설립된 신관이 이제는 코스콤 직원들을 내몰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의 최근 활발한 대외 활동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코스콤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와의 거래소 설립에 관한 양해각서(MOU) 체결은 IT 지원 업무가 주요 골자"라며 "하지만 결과물에 대한 대외 홍보 활동을 보면 코스콤에 대한 언급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너무 연연하고 있다는 얘기다.


거래소에 대한 회원사들의 신뢰 또한 크게 추락한 상태다. A증권사 관계자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됐지만 여전히 기득권을 놓지 않을려고 한다"며 "유보금만 1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시장 발전을 위해 수수료 인하 등의 대책을 내놓기 보다는 공공기관 해제에만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질적으로 한국거래소는 유관기관 수수료 수익만 한해 2000억여원을 거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의 올해 8월까지 유관기관 수수료는 2393억원으로 지난해 총 2372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한 소형 증권사 관계자도 "증권사별 경영사정을 감안해 소형 중형 대형 등 증권사별로 차등적으로 수수료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수수료를 최대 10%까지 인하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인하폭과 적용 시기 등이 확정되지 않은 데 대한 증권사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한국거래소가 유관기관과 회원사로 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내부개혁과 초심으로 돌아가 포용경영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한국거래소를 주축으로 협력사ㆍ회원사 등과의 관계개선 및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회원사들의 이익과 시장 발전을 위해 몸을 낮춘 서비스 정신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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