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국가 재정에 ‘빨간불’이 켜진 미국과 영국 정부가 적자 줄이기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자산 매각부터 증세까지 갖가지 고육지책이 동원되는 상황이다.
선진국들의 재정적자는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올해 영국의 재정적자는 1750억 파운드로 국내총생산(GDP)의 14%에 육박할 전망이고 미 의회예산국(CBO)이 전망한 올해 미국의 재정적자는 1조4000억 달러(GDP의 약 10%)에 이른다. 또 실업률 증가로 세수는 줄어드는데 반해 경기부양책 등 돈 쓸 곳은 마를 날이 없어 적자를 둘러싼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 세금 더 걷어라 = 가장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자본조달 방법은 증세다. 고용한파에 지갑이 얇아진 국민과 관련 업계의 조세 저항이 만만치 않지만 각국 정부는 조심스럽게 증세 카드를 꺼내드는 모습이다.
미국은 금융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거래세는 신용카드와 같은 개인 고객 거래를 제외하기 때문에 가계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 조달된 재원은 실업수당 지급 및 학교 건설 등 공공 프로젝트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공화당 측에서는 “금융거래세가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매출세 인상폭 논의가 한창이다. 영국정부는 지난해 12월 거래를 촉진시키기 위해 부가가치세(VAT)를 2.5%포인트 인하, 15%로 낮췄다. 이로 인해 영국정부는 매달 10억 파운드의 세수감소를 겪어야 했다. 영국정부는 내년 1월1일부터 VAT를 다시 17.5%로 복구하겠다는 방침이며, 내달 예산보고에서 정확한 인상률과 시기가 결정될 전망이다. 영국 유통업계 로비단체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세수가 절박한 영국 정부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감세’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치솟는 재정적자로 당장의 감세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으로 한 발짝 물러섰다. 그는 최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1녀 전에는 감세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 자산 내다 팔아라 = 궁색하지만 돈 되는 물건을 내다파는 방법도 동원되고 있다. 한 푼이 아쉬운 주요국 정부의 주머니 사정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고든 브라운 영국총리는 향후 2년 동안 정부자산과 부동산을 매각해 160억 파운드의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각 대상에는 마권 발행 공사인 토트와 다트포드 교각 및 터널, 학자금 융자 대출, 초고속철도인 채널 터널 레일링크 등이 올라와 있다.
미국 디트로이트 시는 항공사를 민영화하고 시가 소유한 발전소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트로이트 시는 총 84억 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으며 당장 내년까지 7억5000만 달러의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급한 입장이다.
재정적자에 허덕이던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아놀드 슈왈제네거 주지사가 사용하던 중고 자동차까지 내다파는 눈물겨운 노력을 펼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죄수들을 먹이고 재워주는 돈도 아까워 가석방 규정 위반자 등 수 십 명을 조기 석방했다.
◆ 새는 돈을 막아라 = 미국과 영국은 돈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영국이 지난 8월 리히텐슈타인과 조세 정보 교환 협정을 체결하고 미국이 최근까지 스위스에 고객 정보 공개 압력을 넣었던 것도 ‘새는 돈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자국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탈세 자금만 막아도 재정적자를 일부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다.
미국의 의료보험 개혁 추진 과정에서는 재정적자가 주요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공화당 측에서는 의보법이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백악관은 의보법 개혁이 오히려 재정적자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CBO는 최근 의보법 개혁으로 의사들의 과잉 진료를 비롯한 부정 치료나 배임 등을 근절할 경우 10년 동안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를 540억 달러 줄여줄 수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의보법 개혁이 적자 상황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당초 주장을 뒤엎는 것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입법 추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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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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