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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총리 취임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전국의 공무원 여러분,
그리고 자리를 함께하신 국무위원과 공직자 여러분,


지금 저는 옷깃을 여미고 어제의 제 자신을 냉철히 돌이켜 보면서, 벼랑 끝에서 한 걸음 더 내디디겠다는 결연한 각오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오늘날 세계경제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아무도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급변하는 세계 조류, 소용돌이치는 동북아 기류의 한 복판에 우리나라 ― 대한민국이 서 있습니다.


선진국 중심의 경제질서는 신흥국의 등장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습니다. 가시적 결과가 G20의 출범입니다. 이는 G7이나 G8로 대표되는 선진강국에서 신흥부국으로 세계경제의 권력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건입니다.

과거와 현재를 막론하고, 경제권력의 대이동은 위기이자 호기(好機)입니다. 영국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가 미국 중심으로 바뀔 때도 리더십을 발휘하여 시대적 흐름에 적응한 국가는 번영을 누렸고, 흐름에 뒤진 국가는 곤경에 처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세계경제 판도에서 아시아 지역의 영향력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위안화를 기축통화에 포함시키자고 요구하고, 막대한 달러 보유고를 무기로 세계시장을 누비며 자원과 기술을 사들이는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50여 년 지배해 온 정치체제를 뒤바꾼 일본 또한 '우애'라는 새로운 얼굴로 아시아를 향해 미소 짓고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의 부상은 반도국가인 우리에게 도약의 계기이자 거센 도전임이 틀림없습니다. 지금은 국제경제 질서의 재편에 우리의 의사를 적극 반영하고, 국가적 지도력을 발휘하여 선진경제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지 않으면 변화의 파도에 휩쓸리고 만다는 사실은 100년 전 우리 역사가 증명해준 엄중한 경고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친애하는 공무원 여러분,


국제정세의 지각변동 속에서 우리의 좌표와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현안문제 이외에도, 우리 사회는 지금 사교육비, 청년실업, 서민생활, 노령화와 저출산에 이르기까지 실로 무거운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남북분단에 이념대립과 지역갈등이 중첩되고, 지역간·산업간 불균형과 계층간·노사간의 갈등이 뒤엉켜 국가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도약대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처럼 갈등과 대립이 지속된다면, 선진일류국가 건설은 그만큼 늦어질 뿐 아니라, 순조로운 경제성장을 이어가는 것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로, 미래로 웅비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을 구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좌와 우 · 동과 서 · 부와 빈 ― 양극단 사이에 코페르니쿠스적 인식의 전환을 통한 조화와 균형을 모색해야 합니다. 학의 다리는 자르고 오리의 다리는 늘리는 것과 같은 산술적 평균이나 기계적 평등은 조화와 균형이 아닙니다.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한 발짝씩 물러서야 합니다. 화해와 관용으로 조화를 이루고, 배려와 양보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혜택을 받은 분야는 경쟁을 촉진하고,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이나 서민층에는 기회를 확대하여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물이 반쯤 차 있는 유리잔을 보고 '아직도 반이나 남아 있다'고 낙관하는 분이든 '벌써 반밖에 안 남았다'고 비관하는 분이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물을 가득 채우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으리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사회 각 분야에 남아있는 부정적 인식을 긍정의 힘으로 승화시키는 데 우리 모두 앞장서야 합니다. 특권을 배제하고 정의를 확립해야 합니다. 그래야 생산성이 높아집니다. 강자와 약자의 간격이 좁혀집니다.


우리 사회가 창조적 조화와 미래지향적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잠재적 성장능력이 현실화되고 각자의 몫이 극대화되는 상생과 번영의 공동체가 이룩될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여러분께서 잘 아시다시피,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역경을 극복하고 오늘을 만든, 우리 시대의 성공 모델입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도시락도 가져가기 어려운 집안에서 성장했습니다.


우리 조국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사회적 약자도 소망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의 땅'이었습니다.


성공신화는 계속 씌어져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이 꿈을 성취할 수 있는 '약속의 땅, 희망의 땅'으로 계속해서 뻗어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아파트 평수와 자녀의 석차를 삶의 목표로 삼는 '닫힌 사회'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다원화된 사회로 바꾸어야 합니다.

기업가는 자본과 기술혁신으로, 근로자는 땀과 열정으로, 엔지니어는 기술과 경험으로, 공무원은 정책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각자가 맡은 분야에서 보람을 느끼는 조화로운 사회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공동체 의식이 확고해져야 지속적 균형성장이 가능합니다. 균형성장이 빨리 이뤄질수록 일자리 창출과 저출산 같은 당면문제의 해결도 앞당겨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는 사람입니다. 경제가 오늘을 움직이는 기관차라면, 교육은 밝은 미래로 가는 희망 열차입니다.

모방에서 창조로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위기적응능력을 키워주어야 미래형 인재가 길러집니다. 신의와 신뢰·성실과 정직을 중시하고 감성과 창의성을 존중해야 사교육도 줄어들 것입니다.


하나같이 버거운 과업입니다만, 국민 여러분께서 지혜를 모아주시고 공직자 여러분께서 힘을 보태주신다면 해결이 불가능한 난제도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산업혁명에 성공한 영국을 따라잡으려고 유럽의 열강들이 무려 150년 걸려 이룩한 경제발전을 불과 반세기만에 달성한 저력있는 나라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졌습니다만, 인구 5천만 규모의 국가 중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앞선 나라는 미국 · 일본 · 영국 · 독일 · 프랑스 · 이탈리아 등 ― 전 세계를 통틀어 여섯 개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번에 우리나라가 G20 정상회의 개최권을 딴 역사적 쾌거는 결코 우연한 결과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국가적 과제를 돌파할 힘은 우리 안에 있습니다.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고 창조적인 조화와 미래지향적인 균형을 추진해 나간다면, 미래는 우리의 것입니다.


자리를 빛내주고 계신 국무위원과 고위공무원 여러분,
그리고 친애하는 전국의 공직자 여러분,

1997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IMF 파고’가 자본주의의 엄혹한 현실을 우리에게 깨우쳐준 값비싼 교훈이었다면, 지금까지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미국발 금융위기는 첨단 금융자본주의의 허와 실을 가르쳐준 반면교사입니다.


경제를 공부하고 화폐금융을 전공한 제가 감히 대통령의 부름을 시대의 소명으로 받아들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때 저는 다짐한 것이 있습니다. 정부 각 부처가 서민과 중산층에 꿈을 심어주는 '국민희망본부', 국가비전을 실현하고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국가경영지원본부',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을 하늘처럼 섬기는 '정책서비스본부'로 기능할 수 있도록 격려와 지원을 다하겠다는 것입니다.


정책을 결정자 중심에서 수용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사람을 우선하고, 모든 정책 결정에 국민을 중심에 세워야 인간의 가치가 무엇보다 앞서는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공직자 여러분이 최선을 다하면, 정직한 사람이 보상받고 땀 흘린 만큼 대접 받는 바른 사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마음 편하게 학교에 다니고, 아픈 사람이 걱정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밝은 사회가 이루어집니다.배경과 학벌보다 신용과 성실로 승부하는 맑은 사회가 앞당겨집니다.


정책의 성공 여부는 거창한 구호보다는 세심한 일처리에 달려 있습니다. 일이 벌어지기 전에 미리 막는 예방행정, 책상머리보다 서민의 실생활에 밀접한 현장행정, 작은 것을 먼저 챙기는 피부행정, 화려한 시작보다 꼼꼼한 마무리를 중시하는 내실행정을 펼쳐야 합니다. 저 자신도 국민의 편에서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공직자 여러분과 현장을 함께 뛸 각오가 돼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대통령께도 할 말은 하겠습니다.
국민들께도 요구할 것은 요구하겠습니다.

큰 소리에 굴하지 않고, 작은 소리를 크게 듣겠습니다.
낮은 곳을 보듬고, 흩어진 민심을 한 군데로 모으겠습니다.


친애하는 공직자 여러분, 제가 먼저 나서겠습니다.
험한 길이 나타나면 제가 앞서 가겠습니다.

그러나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전국의 공직자 여러분께서 각자의 자리에서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해 주시고, 국익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행복이 가득한 한가위 명절 맞으시기를 기원합니다.
모든 공직자 여러분과 가족들께도 건승과 행운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가마를 타게 되면 가마꾼의 어깨를 먼저 생각하라'는 어머니의 마지막 당부를 가슴에 되새기며 취임인사를 마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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