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이정봉] 미아리 집창촌 단속하니 강남 안마시술소, 이마저 누르니 수도권 전화방….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23일로 만 5년, 경찰의 성매매 단속은 풍선효과와의 전쟁이었다. ‘성매매 풍선효과’는 풍선의 한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불거져 나오는 것처럼 특정 지역을 단속하면 다른 지역에서 성매매가 생겨나는 현상이다. 22일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희철(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전국 경찰서별 성매매 사범 검거현황’ 자료에 따르면 성매매 단속 실적 1위 경찰서의 변화는 이 같은 풍선효과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집창촌 중심의 성매매 문화가 도심 외곽의 주택가로 확산된 것이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2005년 1188명의 성매매 사범을 붙잡았다. 주요 검거 무대는 속칭 ‘미아리 텍사스’로 불리는 하월곡동 집창촌이었다. 종암 서 김형렬 생활안전과장은 “당시 경찰의 단속 때문에 속칭 ‘청량리 588’과 영등포역 앞 집창촌도 사실상 영업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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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주요 근거지는 강남 안마시술소로 옮아갔다. 2006년엔 서울 서초경찰서(1126명)와 수서경찰서(1039명)가 상위권에 올랐다. 서초서 에서 근무했던 신영숙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반장은 “당시 성매매 집결지가 타격을 받으면서 안마시술소가 본격적인 성매매 온상으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2007년 이후엔 경기도 지역 경찰서의 단속 실적이 급증했다. 성매매가 단속을 피해 서울 외곽의 전화방·휴게텔 같은 변종 업소로 확산된 것이다. 2007년 1552명의 성매매 사범을 붙잡은 경기도 수원 서부경찰서와 지난해 4244명을 검거한 안산 상록경찰서는 모두 전화방·휴게텔 같은 변종 성매매 업소를 중점단속했다고 밝혔다. 상록 서 손윤옥 여성청소년계장은 “안산 일대에 전화방·휴게텔 등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며 “특히 ‘서울은 단속이 심해 내려왔다’는 여성이 꽤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들은 최근 성매매가 주택가 오피스텔이나 아파트 상가까지 파고든다고 전했다. ‘피부 미용’ ‘스크린 골프’ 같은 서비스를 내세워 성매매를 알선하는 업체도 많다는 것이다. 경기도 고양경찰서 송병건 여성청소년계장은 “주택가에 버젓이 발마사지 가게를 차려 놓고 성매매를 알선하는 업체도 있다”며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도 늘어 점점 단속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5년간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성매매가 오히려 늘고 있는 것은 웬만해선 업주를 구속하지 않는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직후인 2005년만 해도 검거 실적 10위권 경찰서의 총검거자 5398명 중 114명(2.1%)이 구속됐지만 지난해엔 1만4978명이 붙잡혀 겨우 28명(0.2%)이 구속됐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미례 대표는 “ 업주들은 대부분 벌금 처분을 받는데 성매매 수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니 단속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풍선효과가 나타나지 않게 틈새 없이 강력한 단속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강자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매매 전담반을 만들어 전국적으로 공조 수사를 해야 성매매가 음성적으로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고 강조했다.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매매를 막고 성매매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2004년 9월 23일 시행됐다. 성매매 알선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강제로 성매매를 한 여성에 대한 형사처벌을 완화한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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