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남북관계는 또다른 국면을 맞게 됐다.
햇볕정책을 창안하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까지 이끌어낸 김 전 대통령의 남북화해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골자로 하는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사실상 폐기됐다.
더욱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앞서 생을 마감하면서 남북정상회담에 참석한 대통령은 모두 숨을 거뒀다. 두 전직 대통령의 파트너였던 김 국방위원장의 건강악화설이 확산되고 있어 남북관계는 새로운 구도로 다시 정립돼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우선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남북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비핵개방3000' 등 대북정책과 남북관계 방향은 북한의 핵 포기를 우선과제로 두고 있다. 북한이 핵포기를 하지 않는 이상 본격적인 대북 지원은 사실상 이뤄지기 어려운 상태다. 미국 오바마 정권도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설 태세지만, 기존 대북 강경책에서 미국이 먼저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지난해 금강산 관광객 총격피살 사건과 관광중단에 이어 개성공단 직원 유모씨 억류 등은 그동안 진척을 보였던 남북경협마저 뒷걸음질 치게 했다. 북한의 연이은 핵ㆍ미사일 실험은 남한내 보수세력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같은 남북관계의 경색에 김 전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우려를 나타냈다. 김 전 대통령은 얼마전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제2의 냉전시대가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매우 슬프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북한의 후계체제에 대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상황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라며 "'내가 죽은 뒤에도 체제가 유지되려면 미국과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 '내 생전에 미국과 결판을 짓자'며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고 후계체제를 정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언급은 김 국방위원장이 후계자가 남북, 북미 관계를 현명하게 풀어내지 못할 것에 대한 우려감이 적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만큼 북한 내부는 물론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김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대한 철학과 현실인식, 문제를 풀어내는 방식 모두 판이하다. 10년간의 햇볕정책을 폐기한 이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불신과 반발도 적지 않다.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은 남북관계에 있어서만큼은 상징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남북대화 채널도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셈이다.
조영주기자 yjcho@as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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