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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잃어버린 10년'의 길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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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장기침체 답습할 것이라는 지적 제기

미국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백악관은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통해 금융권을 안정화시켰고 많은 미국 기업들은 ‘대마불사’의 신화에 연명해 목숨을 부지했다.


투자자들은 민간부문에 적극 개입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이 사회주의에 가까운지, 혹은 자본주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해서 핏대를 올리고 논한다.

그러나 리차드 번스타인 번스타인 캐피탈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고 단언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메릴린치에서 수석 투자전략가로 활약했던 월가의 거장은 문제의 핵심은 인위적인 경기 부양이 미국 경제를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길’로 인도하는 것인지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번스타인은 2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를 통해 ‘미국 경제에는 여전히 버블이 남아있다’고 지적한 뒤 백악관이 인위적으로 이를 떠받침으로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답습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버블 뒤 오는 통폐합의 시기..피할 수 없어=그는 경제 역사를 되짚으며 버블경제가 양산해 낸 과잉생산은 거품이 꺼진 뒤 통폐합(consolidation)의 과정을 필연적으로 동반한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말 ‘닷컴열풍’이 그러했고 1800년대 ‘골드러쉬’가 그랬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닷컴 업체들은 버블이 사라진 뒤 다른 IT업체들에 통합되거나 자취를 감췄고 골드러쉬가 끝난 뒤에는 텅 빈 ‘고스트 타운’만이 남았다.


금융위기 이전까지 글로벌 경제는 비슷한 종류의 '신용버블'을 겪었다.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 헤지펀드, 상품, 사모펀드 등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손쉽게 돈을 벌었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 신용 버블이 꺼졌다고 볼 수 있다. 과잉설비로 인해 설비 가동률은 크게 떨어지게 됐다. 이제 인수합병 등을 통해 남은 버블의 잔해를 시장이 흡수하는 과정이 남은 것이다.


◆미국 판 스시 ‘캘리포니아롤’처럼..= 번스타인 CEO는 그러나 백악관이 파산하도록 내버려 뒀어야 할 은행들을 되살리는 길을 선택함으로써 역사가 주는 교훈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정책자들이 통합의 과정이 주는 실업률과 사회적 파장 등 당장의 고통 때문에 그릇된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백악관은 현재 불필요한 과잉생산을 억지로 떠받친 채 경기가 다시 되살아나 이를 흡수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는 일본 입법자들이 포스트버블 시대에 취했던 전략과 유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블 이후 ‘잃어버린 10년’의 기간 동안 일본 경제는 중국이 붐을 일으키며 과잉생산을 흡수해줬을 때 잠깐 인플레이션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주춤하자 다시 디플레이션으로 돌아서면서 장기침체를 겪어왔다.


미국경제가 일본보다 더 역동적이고 유연하기 때문에 두 국가의 단순비교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반박도 있다. 번스타인 CEO는 그러나 미국의 공공부문은 물론이고 민간부문까지 포스트 버블 시대의 통합을 거스르는 방향을 취할 경우 미국 경제의 역동성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판 스시로 불리는 캘리포니아롤이 일본 전통 음식을 차용해 미국인 입맛에 개조된 것처럼 미국 경제가 미국 버전의 '제 2의 잃어버린 10년'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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