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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인PC에 '백신 설치 의무화' 추진?

방통위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 중"...사용자 권한 침해 우려

정부가 백신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은 개인 컴퓨터(PC)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백신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 해킹 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개인 PC에 백신 프로그램 설치를 의무화하는 정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철증 방통위 네트워크 국장은 이에 대해 "인터넷 보안 사고 피해 방지를 위해 백신 탑재 의무화를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통위가 이처럼 백신 탑재 의무화를 고민하는 것은 일련의 인터넷 해킹 사고가 백신 기능이 미비한 PC를 매개체로 확산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월7일 저녁 7시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으로 청와대 국회 국방부 등 주요 국가기관 사이트를 접속 불능 상태로 몰아넣은 '7ㆍ7 대란'도 보안이 취약한 PC가 '좀비 PC'로 악용되면서 사태가 악화된 측면이 있었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좀비PC'를 차단하는 것이 인터넷 대란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판단, 백신 의무 탑재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신업계는 최근에는 포털사이트에서 공짜 백신을 제공하고 있어 '백신 탑재 의무화'가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백신 사용을 강제로 추진하는 것은 사용자 권리를 침해하는 처사라는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리눅스 운영체제 커뮤니티의 한 관계자는 "백신이 설치되지 않은 컴퓨터에 대해 인터넷 접속을 차단할 경우, 백신을 설치하지 않고 사용하는 리눅스나 맥 OS 등의 운영체제 사용자들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방통위도 사용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황철증 국장이 "지금은 아이디어 수준"이라는 단서를 단 것도 이같은 논란을 해소할 기술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과제라는 판단 때문인 듯 하다.


황 국장은 "PC마다 보안 수준이 천차만별인데, 일률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인터넷 보안보다 사용권 침해 우려가 크다고 판단되면 백신 의무 탑재가 추진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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